백설공주가 먹은 독이 든 사과나 이브가 아담에게 건넨 사과를 어떻게 해석할까.무용가 방희선(40)은 죽음과 원죄를 가져온 치명적인 유혹으로 본다. 19, 20일 문예회관 대극장에 올라가는 그의 작품 'Mirror-self'는 그런 욕망의 사과를 좇다가 초라해진 현대인의 자화상을 동화의 거울에 비쳐 그려낸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피터팬, 아담과 이브, 그리고 수많은 사과가 등장하는 이 무대에 그는 마녀로 나와 갈등을 부추기고 유혹한다.
공연은 마녀가 시장 바닥에서 맛있게 사과를 먹는 모습의 영상으로 끝난다. 사과를 잡으려고 발버둥치던 사람들은 동화 속 순수를 찾아 원시림으로 들어간다.
그러는 동안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라는 욕망에 찬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로 바뀐다.
그는 1984년 '날개' 이후 지금까지 매년 1편 정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다. 그의 작품은 엉뚱하고 재미있고 재기발랄한 것으로 기억된다.
무용수가 객석에 앉아있다 소리 지르고 춤춘다든지, 나이트클럽에 어울릴 것 같은 막춤이 등장하기도 한다.
'날개'에서는 춤 추다가 머리를 마구 밀어버렸다.
"파격이라구요? 글쎄, 일상이 지루하니까 한 번 해 본 거지요. 그것도 작품에 꼭 필요하다 싶어 고민 끝에 집어넣은 겁니다.
'날개'에서의 삭발은 날기 위한 몸부림의 표현이지요. 하지만, 그런 파격도 이젠 졸업입니다. 20대, 30대 중반까지는 객기도 부리고 형식을 깨는 데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공연물로서 좀 더 완성된 것을 추구하고 있지요. 해프닝이나 퍼포먼스적인 요소를 줄여 정리해 가는 중입니다."
방희선 작품의 또다른 특징은 걷고 뛰고 말하고 머리를 긁는 것 같은 일상의 간단한 동작과 작은 이야기로 춤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관객이 충분히 교감할 수 있는 무대를 보여준다. 거창한 철학이나 어려운 테크닉을 내세운, 심각하지만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미궁 같은 춤은 사절이다. 그런 춤은 공허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 'Mirror-self'에는 지난해 전국무용제 대통령상의 최성옥, 요즘 한창 물오른 김혜숙, 국내 현대무용의 남자 대들보 류석훈 노진환 등 10여 명이 함께 출연한다.
19일 오후 7시 30분, 20일 오후 4시 30분ㆍ7시 30분.
방선희의 'Mirror-self'는 동화속 인물을 빌어 현대인의 정체성을 묻는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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