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기치 않게 남자는 치유받지 못한 과거로 고통 받는다. 헨릭 고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의 암울한 선율은 살아남은 자가 안고 가야 할 비극을 끌어낸다. 극단 김동수 컴퍼니의 '슬픔의 노래'는 광주민주화운동이 남긴 상흔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이야기한다.음악원을 취재하기 위해 폴란드에 간 기자 박운형은 그곳의 작곡가 고레츠키를 인터뷰한다.
'슬픔의 노래'는 불가피하게 아우슈비츠의 기억으로 이어지고, 박기자는 그날밤 집시의 술집에서 만취한다. 그는 광주로, 당시 진압군으로 동원됐던 과거의 기억으로 치닫는다. 영화학도 영수가 펼치는 '베로니카의 이중 생활' '쉰들러 리스트' 등 영화 이야기는 영상세대를 겨냥한 또 다른 장치다.
연극은 원작자인 소설가 정찬씨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했다. 80년대 초 한 월간지 기자였던 그는 광주항쟁 이후 회사를 떠나, 광주의 기억을 소재로 한 '완전한 영혼' 등 5편의 소설을 썼다.
무대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몽타주 식으로 후면에 투사, 독특한 감흥을 선사한다.
박지일 남명렬 방영 등 세 개성파 중견 배우들의 연기 대결이 기대된다.
한편 이 작품의 한국공연 소식을 알게 된 폴란드 연극계는 공연 비디오 등 관련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18일~ 6월24일 김동수 플레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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