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초심(首邱初心)이던가. 사람이건 짐승이건 나이가 들면 고향을 그리워하고 그곳으로 돌아가려는 애절한 마음이 솟아나는 것.소설가 이문열(53)씨가 지난 주말 경북 영양군에 광산(匡山)문학연구소를 개소했다. 영양군은 그가 나서 자란 곳이다. 그의 소설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와 '변경' 2부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씨는 "과분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120평의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연구소의 절반은 이씨와 가족의 개인공간, 나머지는 후학들의 연구공간으로 활용된다.
연구 공간은 숙사 6개와 강당으로 이뤄졌다. 공사비용은 영양군청과 이씨가 절반씩 부담했다. 연구소는 99년 영양군청의 '이문열 기념관 건립계획'이 시초다.
그러나 이씨가 "문단의 선배가 많은데 기념관을 짓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고사해 용도가 바뀌었다.
이씨가 당장 집을 옮기는 것은 아니다. 경기 이천에서 부악문원을 계속 운영하면서 한달에 2, 3번 연구소에 내려갈 계획이다.
연구소의 절반인 후학들의 연구공간은 일단 부악문원 3년차 학생들의 집필실로 활용된다. 1ㆍ2년차 학생들은 사서삼경 강독 등 수업을 받아야 하지만, 3년차 학생들은 창작에만 전념하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구공간이 신진작가들의 창작실로도 사용되었으면 하는 게 이씨의 바람이다.
이씨는 '환갑(還甲)'을 고대한다. 실제로 그는 연구소 건립 계획을 환갑으로 잡았다가, 고향의 호의를 받아들여 일정을 앞당겼다. 환갑이 되면 그는 자택을 영양으로 옮길 참이다.
이씨는 "몸은 왔다 갔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영양으로 가 있는 셈"이라고 고백했다.
이씨는 자신에게 남겨진 창작의 시간을 10년 정도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아가'를 발표한 뒤 1년 정도 작품 활동을 쉬었다. 연구소가 자리잡히는 대로 다시 글을 쓸 계획이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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