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사회(Somatic society)'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전례 없이 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몸 가꾸기에 관심을 쏟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굵어지는 허리, 처지는 살은 나이가 들면서 겪게 되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비만은 이제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이다. 날씬한 몸은 개인적 자산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몸을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올 여름 얇은 옷을 입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드러내고 싶다면, 지금부터 '살빼기' 에 나서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요즘 다이어트에 널리 사용되는 방법을 중심으로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해 본다.■식사요법
비만환자가 병원 문을 처음 두드렸을 때 의사들은 식사량부터 줄이라고 권고한다. 하루 에 200~300㎉의 열량 섭취를 줄이고, 운동량은 200~300㎉씩 더 소모하면 한달에 2~3㎏의 체중 감소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살을 빼는 것만이 비만치료의 전부는 아니다"면서 "심리적, 신체적으로 건강을 증진시키면서 감소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비만증 치료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단식이나 하루 800㎉ 미만을 섭취하는 초저열량식은 에너지원으로 근육의 분해가 일어나 근육량이 감소하고 뼈가 약해지는 등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저지방식을 계속할 경우 골밀도가 낮아져 뼈가 퇴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식사요법시 주의할 점은 오후 7시 이후에는 음식물 섭취는 피하라는 것. 밤에는 대사기능의 저하로 음식물이 쉽게 체내에 저장된다.
■비만 치료제
의사들은 체질량지수(BMI; 체중(㎏)/신장ⅹ신장(m))가 30이 넘는 비만환자,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질환을 가진 환자 등에게 보다 적극적인 살빼기 방법으로 약물치료를 권하고 있다. 비만 치료제에는 '제니칼' 같은 영양소 흡수 차단제가 최근 가장 널리 처방되고 있고, 에너지 섭취를 감소시키는 식욕억제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열대사촉진제 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한국 로슈가 시판 중인 살빼는 약 제니칼은 사실 외국에서는 그리 좋은 판매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등 아시아권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사들은 제니칼이 과연 한국인에게 적합한 비만치료제인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지방 분해를 억제, 영양소 흡수를 막아 총 섭취 칼로리양을 줄여 체중을 감소시켜 주는 약이어서 고지방식보다는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한국인에게는 효과가 적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서울중앙병원 비만클리닉 박혜순 교수는 "지방 섭취가 많은 30~40대 남자들에게는 좋은 효과를 보았으나 밥, 빵 등 탄수화물 과다 섭취로 인한 50~60대 여성들의 비만에는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복용 초기 나타나는 기름기가 많은 변, 복부 팽만감, 잦은 방귀, 복통 등은 부작용이라고 거론할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증상이지만, 대인관계가 활발한 직장인들에게는 사실 부담스런 증상이 아닐 수 없다. 제니칼은 약 자체에 중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약 복용을 중단할 경우 다시 체중이 늘어나기 때문에 한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사실 끊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식욕억제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또다른 살빼는 약 '리덕틸'도 7월께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독일의 다국적 제약회사 크놀사가 개발, 국내 일성신약이 수입 판매를 맡은 리덕틸은 한국인들에게 효과가 좋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선택적 세로토닌 노르아들레날린 재흡수 억제제(SNRI)로 중추신경계에서 노르아드레날린 및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억제한다. 부작용으론 입마름, 변비, 불면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이어트 제품
한끼에 135~150㎉씩, 1일 400~450㎉의 초저열량식으로 살을 빼는 방법이다. 일방적으로 굶거나 특정식품만을 먹는 식이요법을 택할 경우, 영양소의 불균형이 오기 쉽다.
그러나 다이어트 제품들은 단백질에서 비타민, 무기질까지 일일 기준 권장량을 적합한 수준으로 처방, 이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했다. 1990년대 초반 크게 유행했던 야채효소, 90년대 중반 다이어트 시장을 이끈 풀무원 다이어트 같은 식사대용식 분말제품에서부터 최근에는 초코바 형태로 나온 일동 말리부비치 다이어트바처럼 씹는 즐거움까지 안겨주는 다양한 다이어트 제품들이 나와 있다.
다이어트 제품은 일반 매장을 통해 유통되지 않고 주로 온라인이나 방문판매로 이루어지고 있어 한 자리에서 여러 제품을 비교해 보고 구입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방문 및 네트워크 판매는 풀무원, 광동. 허벌라이트 등이 있으며 통신판매 및 텔레마케팅, 홈쇼핑 판매의 경우에는 일동, 종근당, 원샷, 스타일 다이어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하면서 일동 다이어트, 굿 다이어트, 다이어트피아 등 다이어트 전문사이트를 개설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쇼핑몰 형태로 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많다.
다이어트 제품은 식사 요법과 마찬가지로, 비만자가 얼마나 굳은 의지로 철저하게 다이어트에 매달리느냐 여부가 성공을 좌우한다. 다이어트 제품의 큰 단점은 대부분 제약회사가 수입완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송영주 기자 yjsong@hk.co.kr
■어린이 비만환자 신호등 식사요법
식탁의 음식이 점점 기름지고 소화 잘 되고 맛난 음식으로 풍성해지면서 어린이 비만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13일 서울중앙병원에서 열린 대한 소아소화기영양학회 춘계 심포지엄에서 정주영 인제대의대 상계백병원 소아과 교수는 " 국내 초등학교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비만도 조사결과 8년 만에 남자 어린이는 9%에서 17.2%, 여자 어린이는 7%에서 14.3%로 2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과다한 열량섭취와 상대적인 운동 부족이 어린이 비만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발표에 따르면 국내 어린이 음식물 섭취 구성 성분의 경우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이 1991년 64:15:21이었으나 94년 51:17:30으로 점점 단백질과 동물성지방 섭취가 증가했다.
소아비만의 진단기준은 비만도이다. 비만도(%)는 (실제 체중-신장별 표준체중)/신장별 표준체중X 100으로 계산한다. 20% 이상이면 비만, 20~30%는 경도 비만, 30~50% 이상을 중등도 비만으로 분류한다.
정 교수는 "경도 비만일 경우 성장하면서 대부분 날씬해지므로 감량할 필요가 없고, 중등도 비만일 경우에만 1~2개월에 1회씩 정기검진을 실시하고 매월 1~2㎏정도 감량하는 게 좋다" 고 권했다. 비만도 50% 미만일 경우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는데, 최종 목표는 비만도 20%내에 둔다. 한편 비만도 50% 이상으로 합병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매월 2~3㎏감량하면서 중등도 비만으로 목표치를 세운다.
"피자·햄버거등 빨강색 식품군 일주일에 네번이상 먹지 마세요"
비만조절을 위해 의사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식이요법이다. 정 교수는 "체중 감량은 6~12개월 동안 서서히 시도하며, 저열량 저탄수화물, 고단백질 식사요법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은 충분히 공급하고 탄수화물, 지방은 되도록 제한하라는 것이다. 총칼로리의 20%는 단백질, 30%는 지방질, 50%는 탄수화물로 한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식품을 선택하고, 식사량을 조절해가며 먹을 수 있도록 '신호등 식사요법'을 가르쳐 주면 좋다. 표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튀김, 햄버거, 피자처럼 빨강색 식품군은 열량은 높고 영양밀도는 낮은 음식이다. 빨강색 식품군은 일주일에 네 가지 이상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노랑색 식품군은 식사의 재료가 되는 주요 식품군으로 정해진 양만 먹도록 한다. 녹색 식품군은 제한없이 먹을 수 있다.
식사 구성의 소프트 웨어뿐 아니라,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다. TV시청시간은 비만에 비례한다고 할 정도로 컴퓨터 게임이나 TV시청을 즐기는 어린이들일수록 비만도가 높은 편이다. TV시청이나 컴퓨터 게임은 하루 1~2시간 정도로 제한하고, 대신 방과 후에 2시간 정도 축구, 농구 등 야외 스포츠를 즐기도록 권한다. 학교 급식은 주어진 양 이상은 더 먹지 않도록 하며 식사일기, 활동일기 등을 써 부모와 함께 잘못된 식습관을 조절하도록 하는 게 좋다. 폭식, 아침 거르기, 야식 먹기, 빨리 먹기 등도 반드시 피해야 할 나쁜 습관이다.
송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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