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이 목숨을 버리며 보여주신 숭고한 참스승의 길을 저희가 뒤따르겠습니다."1999년 6월 씨랜드 화재 참사 당시 불길에 뛰어들어 어린 제자들을 구하고 숨진 경기 화성군 마도초등학교 고 김영재(당시 38세) 교사의 제자사랑이 후배와 동창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김 교사의 모교인 광주교대에서는 후배인 예비교사들이 선배의 뜻을 받들어 참스승의 길을 가겠다는 다짐을 하는 모임이 열렸다.
이날 모임에선 김 교사의 고교 선배이자 대학동기인 이 대학 국어교육과 김재봉(40) 교수가 김 교사의 학창시절과 교사로서의 철학 등을 2시간여 동안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모임에는 특히 '김영재 장학생'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대학측은 김 교사의 부인인 경기 수원 한일초등학교 최영란(39) 교사가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위로보상금중에서 내놓은 1,20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올해 80만원의 '김영재 장학금'을 받은 김구현(24ㆍ체육교육4)씨는 "제자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교생실습 동안 깨닫고 선배님의 희생정신에 새삼 머리가 숙여졌다"며 "선배님의 의로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뜻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김 교수는 "김영재 선생은 평소 '제자들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랑은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온 사랑의 실천자였다"며 "앞으로도 매년 스승의 날에 이런 모임을 계속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의 목포고 동기(30회)들도 추모ㆍ장학사업에 열심이다. 동기들은 지난해말부터 3,000여만원의 장학기금을 마련, 씨랜드 화재참사 2주기를 맞아 교사를 꿈꾸는 동문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들은 또 장학기금과 별도로 1,500만원의 추모비 건립비용을 모아 높이 3㎙의 추모비를 목포고 교정에 세울 예정이다. 김 교사의 고교 동기인 순천청암대 박경석(40ㆍ건축과) 교수가 설계ㆍ제작할 추모비에는 동기들의 추모글이 새겨진다.
이들은 목포고 총동창회와 광주교대측과 힘을 합쳐 '김영재 교사 추모장학회'를 설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목포고 동창회장 전성학(全聖鶴ㆍ40)씨는 "비록 육신은 떠났지만 김영재 선생의 참스승 정신이 살아있어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며 "내년에 반드시 추모장학회를 만들어 그의 영전에 선물로 올리겠다"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99년 6월30일 씨랜드 화재 참사 당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살려주세요"라는 아이들의 비명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된 컨테이너 가건물의 이방 저방을 30여분 동안 뛰어다니며 42명의 아이들을 끌어내 탈출시켰다.
유독가스와 열기에 숨조차 쉴 수 없었지만 그는 남은 아이들을 더 찾으려고 다시 불길 속에 뛰어들었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날로 피폐해가는 농어촌 교육환경 속에 교육적 불평등을 감수하면서 살고 있는 시골 아이들과 함께 지내겠다는 결심으로 대도시 학교 근무를 마다하고 시골학교로 옮긴 지 4개월만이었다.
광주=안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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