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실시된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회 선거에서 집권 온건파 민족주의 진영이 승리, 바스크 주민들이 '비폭력에 의한 점진적인 독립'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바스크 내무부는 14일 유권자 180만 명 중 78%가 참가한 의회선거에서 바스크 국민당(PNV)과 에우스코 알카르타수나(EA)의 연정 세력이 전체 75석 중 이전 보다 6석이 많은 33석을 얻어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반면 1981년 바스크 지방의 자치권 획득 이후 21년간 집권해온 PNV의 아성을 깰 것으로 점쳐졌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의 국민당(PP)과 야당인 사회노동당(POSE)의 연합세력은 각각 19석과 13석을 얻어 정권탈취에 실패했다.
무장 독립운동을 주도해온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의 산하 정당인 에우스칼 에리타록(EH)은 1998년 선거보다 8석이나 줄어든 7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번 선거 결과는 PNV 등 온건 민족주의의 약진과 급진 독립파 EH의 퇴조로 나타났다.
이는 바스크 주민들이 테러와 무장투쟁 등 폭력에 의한 독립이나 스페인의 통치에도 각각 반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PP등 친 스페인 세력이 집권할 경우 독립파와 독립 반대파의 갈등이 고조할 것이란 주민들의 우려가 PNV 승리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온건 민족주의 진영의 의석수가 과반인 38석에 미치지 못해 연정구성을 위해 제 3 세력과 제휴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PNV는 EH를 연정 파트너로 선택해왔으나 이번엔 POSE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EH가 이번 연정에서 제외될 경우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독재 시절인 1959년 창립, 무장투쟁으로 8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ETA의 세력이 급격히 퇴조하거나 극단적인 폭력노선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수 천년 동안 외세의 침략을 받았으나 독자적인 언어 '에우스케라'를 지키며 생존해 온 바스크 민족은 점진적인 자치권 확대를 통한 독립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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