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설립된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햇병아리' 노조(위원장 이성재)가 올 노동계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버스나 지하철, 철도 등 공공부문 노사에 특별한 이슈가 없는 가운데 국민적 파급 효과가 큰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만이 14일부터 시작한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민주노총이 다음달 12일 연대파업 때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를 선봉에 내세우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노동부와 대한항공측은 노조가 파업을 '전제'로 임금협상에 나선 것이 아닌가 우려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1,300여명의 내국인 출신 조종사들로 구성된 이 노조가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핵심요구사항은 기본급 18% 인상과 야간ㆍ휴일ㆍ연장근무 수당 인상. 이를 모두 수용할 경우 총액을 기준으로 할 때 30~40%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노조측은 "이 같은 요구안은 사측이 지난해 '3년안에 외국인 조종사들과 동등한 급여 수준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한 1차연도 분으로 3분의 1 인상을 책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인 대한항공의 계산법은 다르다. 올해 노조가 요구하는 인상안은 총액으로 볼 때 69.4%를 올려달라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종사 노조가 지난해 파업으로 기본급 18% 인상 외에 개인당 연간 1,000만원 정도를 더 받게 됐는데도 또다시 대규모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노조의 세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연봉 1억원이 넘는 등 고액연봉자들이 도저히 수용 불가능한 임금 인상안을 요구한 것은 지난해 파업 때 도움을 받은 민주노총에 대한 보답으로 올 연대파업의 선봉에 서려는 사전작업"이라고 밝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대항항공 노사는 일단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에 따라 연대파업 이전까지 합일점을 찾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 앞으로 한달간 노동계와 재계는 대한항공의 협상테이블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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