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2호 원각사지10층 석탑이 있는 서울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을 하면서 서울시가 불법을 저지른 것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지난해 10월 고 건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3ㆍ1운동의 발상지인 탑골공원이 노인들의 쉼터로 전락해 불법행위까지 벌어지는 등 외국인들에게 부끄럽게 비쳐지고 있다"며 "인근 건물 등을 매입해 노인들의 쉴 곳을 마련해주고 탑골공원은 역사적 상징성을 살릴 수 있도록 꾸미라"고 지시했다.
시장 지시로 시작된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은 그러나 처음부터 차질을 빚었다. 노인들이 쉴 만한 마땅한 건물이 물색되지 않는 바람에 지난 3ㆍ1절 기념식을 새롭게 조성된 탑골공원에서 하려 했던 시의 계획은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시는 4월1일에야 겨우 탑골공원에서 북쪽으로 200㎙ 떨어진 구 통계청 건물을 임대, 시립서울노인복지센터로 개관했다.
그러나 복지센터가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개관하는 바람에 노인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시 관계자는 "사실 2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했는데 탑골공원 공사 때문에 15일만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시는 4월1일 탑골공원을 폐쇄,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공식은 이미 2월28일 이뤄졌고 당시 준공 목표가 8월로 잡혔기 때문에 공기에 쫓길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시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승인도 받지 않고 원각사지 10층 석탑 주변을 굴착하고 3ㆍ1 독립기념탑을 철거하게 된 것도 이러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도 "문화재 주변은 풀 한포기라도 함부로 뽑을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인데 시가 문화재위원회에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중장비를 동원한 공사를 강행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특히 석탑은 이미 1996년부터 붕괴 가능성이 제기됐음에도 공사를 강행한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14일 공사 중지명령을 내리고 석탑 상시 점검 체계를 갖추기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시가 성역화 사업을 결정하고 공기를 무리해서 서두른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의문점이 많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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