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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총선 우파연합 승리 / '강한 이탈리아'보수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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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총선 우파연합 승리 / '강한 이탈리아'보수바람 부나

입력
2001.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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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개표가 완료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중도우파 '자유의 집 동맹'이 우세를 점함에 따라 유럽 대륙에도 보수화 바람의 풍속이 감지되기 시작하고 있다.이번 선거 결과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64) 전진이탈리아당 당수개인에 대한 지지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 유권자들이 국가적 자존심을 세워줄 인물을 원했고, 개인적인 흠결에도 불구하고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책대결에서는 중도우파와 집권 중도좌파인 '올리브 나무 연맹'이 모두 감세와 연금 증가등 엇비슷한 공약을 내세워 차별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좌우의 이념 보다는 베를루스코니의 과거 부패스캔들 의혹 등을 둘러싼 공방만이 초점이 됐다. 영국의 텔레그라프지가 이 선거를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국민투표'라고 지칭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표밭 저변에서는 중도좌파가 집권한 5년 동안 이룩한 유로가입과 만성적인 재정적자 극복 등 공적을 인정하면서도 연평균 성장률이 유로권 평균을 훨씬 밑도는 1.7%에 그치는 등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

여기에다 항상 유럽의 만년 2류국으로 머물고 있는 국가 위상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집권세력에 대한 반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강한 이탈리아 건설'을 내세운 베를루스코니의 선거전략은 바로 이 같은 국민감정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탈리아 선거결과는 유럽 전역에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이탈리아는 90년대 중반 영국 프랑스 독일로 이어지는 중도좌파 바람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유럽 우파의 거두인 영국의 마가렛 대처 전 수상과 호세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가 베를루스코니를 적극 지원하고, 이탈리아 좌파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 등이 두둔하는 등 선거가 유럽 좌우파의 대리전 양상을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다 베를루스코니가 집권할 경우 유로의 안정과 유럽 통합에도 부정적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대규모 감세정책이 유로화의 통합을 저해할 가능성이 큰데다 연정에는 극우파 북부리그와 파시스트 성향의 전국연합 마저 가세해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국내정세도 안정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개 민영TV 네트워크를 소유한 베를루스스코니가 총리에 오르면 관영 TV까지 장악하게 돼 정보독점 시비가 불거질 게 분명한 데다, 그가 여전히 부정부패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탈리아 정국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총리 유력 베를루스코니

전후 최고 투표율, 최대 접전으로 기록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는 바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64) 전진이탈리아당 당수 자신이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유럽 정치가 방향을 트느냐를 가늠할 '풍향계'로 여겨질 정도로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국내의 이슈는 처음부터 끝까지 베를루스코니의 자질 문제에 모아졌기 때문이다.

선거전 초반부터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놓지 않았던 그는 이탈리아 최대의 재벌일 뿐아니라, 지난해 포브스지가 집계한 개인 자산 순위에서 14위를 기록한 세계적 부호이다.

이탈리아 3대 민영방송을 비롯해 ▦잡지 '파노라마'를 앞세운 출판 그룹 ▦인터넷 미디어 그룹 '뉴 미디어' ▦전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에다 프로축구단 'AC 밀란'까지 소유한 그의 재산은 적어도 1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은행원 집안에서 태어난 베를루스코니는 1960년대 초 밀라노 외곽 아파트 단지 건설로 큰 돈을 챙기면서 재력을 쌓아나갔다. 94년에는 '자유동맹'을 이끌고 총선에 출마, 돌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총리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정계입문 당시부터 베티노 크락시 전 총리와의 친분을 이용, 사업을 확장했다는 비난을 받던 베를루스코니는 부패 추문이 드러나 연정에 참여했던 북부동맹이 탈퇴하는 바람에 7개월로 단명했다.

퇴진 후 뇌물수수와 불법 정치자금 운영, 탈세, 마피아지원 등의 의혹을 사다 결국 98년에 2년 9월의 징역형까지 선고 받은 상태다.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10년이 걸리는 점을 이용해 다시 총리에 도전한 그를 두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부적격 인물'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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