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탄생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시의 탄생처럼 조바심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지만 산문은 느슨한 시가 아니다. 시보다도 더한 정열이 요구되기도 한다."황동규(63) 시인은 오랜만에 펴낸 산문집 '젖은 손으로 돌아보라'(문학동네 발행)에서 "산문은 그것을 낳게 한 현실적인 취지의 절박성 때문에 최상의 언어와 정열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시인이 시 아닌 산문을 쓴 데 대한 이유의 설명이지만, 언제나 언어와 싸워야 하는 시인의 절실한 태도를 느낄 수 있는 말이다.
수록된 80여 편의 글에는 무엇보다 '생의 번잡한 먼지와 흙들로 더렵혀진 손을 씻고, 집안으로 돌아가지 전에, 잠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의 시선이 있다.
불필요한 장식이나 기교를 다 떨쳐버리고, 세상살이가 허망할수록 그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생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발견하려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그것은 황 시인의 표현을 빌면 '가볍고 떫은 맛'이다. 여행과 일상,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 음악과 독서 편력이 함께 어우러지며 음미할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글들이다.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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