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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장관님은 수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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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장관님은 수업중"

입력
2001.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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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수업 가셨는데요." "뭐요, 장관께서 선생님이 되셨나요?"요즘 정부부처 장관실을 찾는 부처 직원, 민원인들과 비서실 직원간에 오가는 선문답 같은 대화내용이다.

실제로 요즘 장관들은 매우 바쁘다. 수북이 쌓인 현안을 해결하느라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타의반 자의반'으로 1일교사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은 병역비리사건과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변화상황 등을 챙기느라 1분 1초가 아깝지만 14일 서울 서빙고초등학교를 찾아 수업을 진행했다.

오장섭(吳長燮) 건교부장관도 지난 주말 모처로부터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일정을 잡아 이날 충남 삽교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스승의 날인 15일에는 김원길(金元吉) 보건복지부장관과 길형보(吉亨寶) 육군총장, 장정길(張正吉) 해군총장, 오승렬(吳承列) 해군차장 등이 1일교사로 나서고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달 중 모교를 찾을 계획이다.

장관들의 '1일교사'는 황폐해진 교육현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애정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그 모양새와 절차는 너무 낡았다.

상당수 장관은 물론 군 수뇌부까지 앞 다퉈 교정을 찾는 모습은 군의 일사분란한 사열장면을 연상시킨다.

더욱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지시한 데 따른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실망감이 앞을 가린다.

"다들 바쁘실텐데.. 유신시대 때 사람들을 동원하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시간 나시거든 쓸쓸하게 지내는 은사를 찾아뵙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한 교사는 장관들의 1일수업 참관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황양준 사회부기자 naigero@hk.co.k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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