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외국인투자가 국부유출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최근 다시 제기되고 있다. 주식시장 침체, 환율급등 등 경제여건이 악화하면서 누적된 불만을 외국인투자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해소하려는 '마녀사냥'의 분위기마저 느껴진다.우리국민의 의식 속에 잠재된 '외국인 혐오증'이 경제여건이 좋을 때는 잠복해 있다가 악화하면 분출하곤 하는데, 이것은 진정한 세계화를 위한 최대 걸림돌이라 생각된다.
특히 언론의 과장보도가 이러한 외국인 혐오증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여의도의 39배에 달하는 땅이 외국인에게 매각됐다'고 보도해 국토의 상당부분이 외국인 손에 넘어간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한 예이다. 그러나 실제 외국인은 우리나라 국토의 0.1%인 115㎢만을 소유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비교하더라도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또 다른 예로 '한국의 기간산업이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보도를 들 수 있다. 세계경제의 통합시대에 기업을 내국인기업과 외국인기업으로 나누어 외국인기업의 국내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1980년대 일본자본이 미국에 진출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외국자본에 대해 부정적인 측의 우려는 기우로 드러났다.
언론의 과장보도 못지않게 위험한 것은 왜곡보도이다. 얼마 전 한 일간지가 국제기구의 월간지를 공식보고서로 착각, 그 내용을 잘못 인용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기업이 외국인에게 헐값에 팔려 국부유출이 심각하다는 취지로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필자가 그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집필자의 의도와는 정반대였으며, 재정경제부에서도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국부유출 주장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허구이다. 우선 규모면에서 외국인투자는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도착누계기준) 비중(1998년 기준)은 6.8%로 세계평균 13.7%, 동아시아 평균 23.3%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또한 외국인투자 유형을 보면 단기에 투자자본을 회수하기 위한 형태보다는 우리나라를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지역거점으로 삼는 투자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투자에 따른 과실송금 실적을 보면 외국인투자 증가율과 비해서 현저하게 낮은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업체가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을 재투자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단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회수를 목표로 하지 않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우리 언론도 정확한 사실과 국제비교 감각을 바탕으로 외국인투자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면 국부유출을 우려하고 요즘같이 감소세를 보이면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한 것처럼 보도하는 무원칙과 철학 부재를 하루빨리 극복해야 한다. 경제가 다소 안 좋다고 해서 외국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국수주의적 심리의 확산은 경기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의 장애가 될 뿐이다.
김완순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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