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비과학적인 범인 지목으로 10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정신지체 장애인이 항소심서 무죄로 풀려났다.사회연령이 7세 수준인 정신지체장애인 홍모(41)씨는 지난해 7월 인천에서 발생한 8건의 부녀자 상대 특수강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구속기소됐다.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검거경위에 따르면 경찰은 용의자의 몽타쥬 사진과 흡사한 홍씨를 검문한 뒤 범인의 인상착의와 유사한 사각형 뿔테 안경과 모자를 착용한 홍씨의 합성사진을 만들어 피해자에게 보여줬다.
검찰은 "피해자들을 본 적도 없다"는 홍씨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합성사진에 나타난 인물과 비슷하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홍씨를 기소, 지난해 말 1심서 징역 5년을 받아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형사4부(박국수 부장판사)는 14일 특수강도죄로 기소돼 항소한 홍씨에게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람 가운데서 범인을 지목하는 방식이 아니라 홍씨의 사진에 모자와 안경을 씌운 다음 '홍씨가 범인'이라며 합성사진만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받아낸 진술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신빙성 있는 진술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심을 맡은 이 림 판사는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피해자 진술을 제외하곤 범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며 "범인 지목 방식에 있어서도 경찰의 과학적 수사가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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