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인 사이버공간에도 웅숭깊은 지적 정신들이..."기자가 '인물과 사상'홈페이지(inmul.co.kr)에 처음 들어가 본 것은 지난해 초다. 그 곳은 기자가 들어가본 거의 첫 웹사이트이기도 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기자는 거의 넷맹에 가까운 데다가, 종이 위에 찍힌 활자 읽어내기도 벅찬데 사이버 공간에 날아다니는 글에까지 굳이 눈길을 줄 것 있으랴 싶어 인터넷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런데 그 얼마 전 파리에 들렀을 때 홍세화씨('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저자)가 기자에게 '인물과 사상'사이트에 들어가보기를 권했다.
홍씨는 특히 '에버맨'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필자의 글을 읽어보라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와 얼마 뒤 문득 홍씨의 얘기가 생각나 '인물과 사상'에 들어가보았다. 그리고 남들이 훨씬 전에 발견한 사이버 세계라는 데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엿보았다.
엿보기에서 더 나아가 그 세계에 개입할 용기는 지금까지 못 내고 있지만, 그 뒤로 기자도 동시대의 여느 사람처럼 이따금 웹서핑이라는 것을 하며 사이버 공간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게 되었다.
처음 '인물과 사상'에 들어갔을 때 에버맨은 한 보수 신문의 사설과 사내 칼럼들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글을 시리즈로 올리고 있었다.
애교스럽게 '신필(神筆)'을 자처하는 이 필자의 글들은, 더러 그 신문에 대한 분노가 논리를 갉아먹을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기자도 동의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의 신문 비판을 읽으며 배운 것이 많다.
또 학술전문 사이트가 아닌 대중적 웹사이트에도 깊고 강하고 섬세한 정신들이 활보한다는 것을 '인물과 사상'에서 처음으로 알았다.
'부초'라는 아이디를 쓰는 필자의 글들을 읽으며 자괴심과 질투 속에서 느꼈던 지적 압도감의 기억은 지금까지 생생하다.
기자는 지금도 더러 '인물과 사상' 홈페이지를 찾는다. 최근에는 '주선'이라는 아이디의 필자와 최용식이라는 이의 글들을 인상 깊게 읽었다.
낡고 마모된 몰골로 박물관에 갇혀버린 듯한 21년 전 광주를 이야기하며 이 달에 광주에 가게 돼 요즘 신이 나 있다고 '주선'이 썼을 때, 지난 10년 이상 광주를 까맣게 잊고 살았던 기자는 낯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찔렸다.
최용식씨는 쉰 전후의 경제학자인 듯하다. 경제학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기억이 가물가물한 기자는 그의 독특한 주장들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수 없지만, 그의 글들은 세련된 문체 속에서 지적 강인함을 한껏 뽐낸다. 그는 '21세기 경제학'이라는 자신의 홈페이지(ecnms21.pe.kr)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차림새로나 속살로나 '인물과 사상'홈페이지를 최상급의 웹사이트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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