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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 조훈현 제 2의 전성기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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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 조훈현 제 2의 전성기 '활짝'

입력
2001.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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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바둑 황제' '기록 제조기'.. 숱한 별명을 갖고 있는 조훈현 9단에게 또 하나의 별명이 생겼다.'천년목'이다. 이제 세월의 무게에 눌려 물기가 마를 만도 한데 여전히 움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는 뜻이다. 황제의 옥좌를 재탈환하기 위해 무서운 기세로 달려가고 있는 조 9단의 정열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1953년 생으로 올해 48세. 이제 뒷전에 앉아 후배들 격려나 해 줄 나이이지만 그는 오히려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올해 전적 18승 6패(11일 현재)로 다승 부문 2위에 올라있다.

지난 달 조훈현 9단이 중국의 여류 기사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을 3대 0 스트레이트로 이기고 국수 타이틀을 되찾았을 때만 해도 바둑계에서는 이를 '특수 상황'으로 보았다.

지난 해 여류 기사 최초의 타이틀 획득이라는 '사건'을 만들어 준 기사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때만 해도 조 9단은 국내 기전 무관(無冠)의 굴욕적인 상황이었다. '자존심 회복'이라는 절대절명의 책임감이 루이 9단과의 국수전에 더욱 비장한 각오로 임하게 했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국수 타이틀 회복이 신호탄이었을까. 이후의 행마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달 29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제3회 춘란배 8강전에서 조 9단은 중국의 간판 스타인 마샤오춘(馬曉春) 9단을 이기고 4강에 올랐다. 대국 내용은 불계승.

속기에 있어서도 세계 챔피언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7일부터 10일까지 일본 시즈오카(靜岡)에서 벌어진 제13회 TV 아시아 바둑선수권대회에서 조 9단은 준결승에서 마샤오춘 9단을, 결승전에서 목진석 5단을 차례로 격파하고 지난 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두 대국의 성적도 모두 불계승이었다.

큰 대회에서 상대를 불계로 제압했다는 것은 컨디션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의미. 조 9단 특유의 발 빠른 행마와 상대의 혼을 빼는 '흔들기'가 효과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춘란배 8강전과 TV바둑 선수권 준결승에서 마샤오춘 9단을 연이어 불계로 제압한 것은 큰 소득이다. 지난 해까지 조 9단과 마 9단의 전적은 4승 7패로 조 9단의 열세. 조 9단이 이창호 9단에게 밀려 타이틀을 하나 둘 씩 내 주던 1990년대 중반에 마 9단에게 연패했다. 이번 2연승은 '강자에게 징크스란 없다'는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곧 조 9단이 치러야 하는 큰 대회는 모두 2개. 춘란배 준결승과 제2회 후지쓰배 8강전이다.

25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열리는 춘란배 준결승의 상대는 일본기원 소속 왕리청(王立誠) 9단. 지난해 우승자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이지만 후배 기사들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요즘 조 9단의 손끝이 거의 칼끝과 같기 때문이다. 6월 2일 후지쓰배 8강전에서 맞붙을 기사는 일본의 강자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日) 9단이다.

고바야시 9단은 16강 전에서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을 제압하고 8강에 합류했다.

'늦바람'이 난 조훈현 9단은 다시 기록 만들기에 돌입한다. 눈 앞에 둔 대기록은 국내 최고령 타이틀. 국내 최연소 입단(1962년, 9세) 기록을 갖고 있는 조 9단은 지난 달 국수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48년 1개월의 나이에 152번째 타이틀을 가진 기사가 됐다. 이는 역대 2위 기록이다. 지금까지 최고령 타이틀 보유자는 조남철 8단. 그는 1973년 49세 6개월의 나이로 제1회 최강자전에서 우승했다. 앞으로 1년 5개월 여. 그 뒤에 조 9단이 또 하나의 타이틀을 거머쥔다면 그는 거의 20년 만에 최고령 타이틀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또한 '천년목'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관록있는 바둑 세계를 펼치게 된다. 가능할까?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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