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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소년 주대관 '내게는 아직 한쪽 다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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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소년 주대관 '내게는 아직 한쪽 다리가 있다'

입력
2001.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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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를 다 못 쓰는 사람도 있어/ 그래도 나는 한쪽 다리가 있잖아/ 난 아름다운 세상을 다 다닐 거야'소아암에 걸려 9년 6개월밖에 세상을 못 보고 떠난 대만 소년 주대관(周大觀ㆍ1987~1997). '내게는 아직 한쪽 다리가 있다'(파랑새어린이 발행)는 암으로 한쪽 다리를 잘라내는 고통과 자신의 삶이 곧 다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름다운 세상과 밝은 생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던 주대관 소년의 길지 않은 삶의 이야기다.

주대관이 암과 싸우면서 쓴 42편의 시, 죽기 전날 자신이 참가했던 초등학교 바이올린 연주회의 비디오를 보고 좋아하며 부모에게 "만약 내가 죽으면 꼭 다시 날 낳아 줘"라고 말하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주대관은 야간대학원을 다니며 법학 공부를 하던 부모가 결혼 6년만에 힘들게 얻은 아이였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서재에서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소년은 세 살 때 '천자문' '삼자경'을 통째로 암기하고 당시(唐詩) 300 수를 암송하는 천재의 기질을 보였다.

바이올린 켜기도 좋아하고, 집 잃은 강아지를 몰래 돌보기도 하는 감수성 풍부한 소년이었다.

그가 소아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된 것은 아홉 살이 채 되기 전인 96년 2월. 이때부터 그는 여섯 번의 화학치료, 서른 번이나 계속된 방사선치료, 세번의 대수술을 받고 한쪽 다리를 잘라내야 했다.

어른도 견디기 힘든 그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그는 '암 악마는 정말 잘난 척이야/ 내 몸 구석구석에서/ 막 소리 지르고 난리를 피워/ 나는 큰 소리로 암 악마에게 소리쳐/ "빨리 잘못했다고 해!"' '지난 봄부터 오른쪽 다리에 혹이 났어요/

그날부터 나는 매일매일 나무를 심어요/ 병원에서는 건강의 나무를/ 교회에서는 사랑의 나무를/ 학교에서는 희망의 나무를' 이라는 시를 지으며 티없이 맑고도 꿋꿋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빠, 엄마, 동생아. 내가 죽으면 내가 온 힘을 다해 암과 싸웠다는 것을 암에 걸린 다른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게 전해주고, 그들에게 용기와 강한 의지를 갖고 암이라는 악마와 맞서 싸워달라고 전해주세요." 그가 남긴 말은 삶의 의미와 소중함, 생명에의 용기와 의지를 애처롭게 일깨워준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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