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정부에 59가지 규제완화 과제를 건의한데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7개 분야 33개 정책개선 과제를 추가 발표하는 등 재계의 규제완화 공세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있다.여기에 야당까지 정부의 재벌개혁과 규제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어 정ㆍ재계간 갈등이 정치권까지 가세한 '집단적 전투대형'으로 확전되고 있다.
■건의 배경
재계가 정부와의 충돌을 무릅쓰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표면적으로 내수와 수출이 위축으로 경제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경제성장이 중단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특히 경제 상황이 나쁜 만큼 재계의 요구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이 기회에 정부를 밀어붙여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집권 말기와 악화한 경제상황을 이용, 노동계의 반발과 시민단체의 저항을 무력화하는 한편 경제활성화를 빙자해 재계가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 혹은 극대화하려한다는 비판이 나오고있다.
■핵심 요구사항
전경련은 이날 정부ㆍ여당에 전달한 '한국경제의 점검과 정책 과제' 건의서에서 거시경제, 금융, 조세, 지배구조, 공정거래, 수출, 노동 등 7개 분야에 걸친 정책개선과제를 총망라해 제시하는 등 규제완화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있다.
전경련이 주장한 것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부분. 경제활성화를 통해 기업환경을 개선시키겠다는 것이 거시경제, 금융, 수출 분야 이고 지배구조와 공정거래, 노동 분야는 오너와 관련된 사안들이다.
사실 재계가 줄기차고 또 강력하게 정부에 요구해온 것은 바로 오너의 이해와 밀접한 사안들이다. 이와 관련, 전경련은 ▲ 구조조정을 위한 출자제한폐지 ▲ 특수법인, 분사기업 등에 대한 출자제한 적용제외 ▲ 집중투표제 기업자율 위임 ▲ 집단소송제 도입 유보 등을 요구하고있다.
여기에 노동계의 눈치를 살피며 말도 꺼내지 못했던 ▲ 인수합병시 고용승계 의무 및 정리해고 요건완화를 비롯, ▲ 정부의 인위적 개입에 의한 기업 퇴출 행위, 정부 부처의 기업에 대한 중복 조사 등도 슬쩍 끼워넣었다.
반면 재계가 경제활성화를 위한 개선책으로 내놓은 금융, 조세, 수출, 노동 분야의 정책개선과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정부에서도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 부채비율 획일 적용 ▲ 각종 조세부담경감 ▲ 수출신용보증 지원 ▲ 신시장 개척노력 등이 주요 내용이다.
아무튼 재계측에서는 재벌정책과 규제완화 논란을 언론, 정치권까지 확산시킨 것에 대해 매우 고무된 분위기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이 오랜만에 밥값을 하고 있다"고 우스개소리를 할 정도다.
재계는 이번 전투에서 요구사항을 관철시켜 반드시 '전리품'을 획득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야당까지 가세해 재계를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에 정부도 태도를 변화시킬 수 밖에 없고 이 때를 놓쳐버리면 다시 기회를 잡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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