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시즌의 일이다. 그 전해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데다가 최강의 마운드진용을 구축, 99시즌 개막전까지 한국시리즈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던 현대는 초반부터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확실한 마무리투수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김재박 감독과 김시진 투수코치는 머리를 싸매고 묘안을 찾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정명원 조규제 김수경 등을 차례로 마무리투수로 기용해봤지만 실패작이었다. 들쭉날쭉한 마무리투수 기용으로 투수진이 무너져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말았다.
현대야구에서 구원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올 시즌 각 구단은 마무리투수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꼴찌로 추락한 LG가 부진한 근본적인 원인도 확실한 소방수가 없다는데 있다.
공동 3위의 한화도 초반에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마무리투수 때문에 경기마다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삼성, 현대, 두산은 믿음직한 소방수덕에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또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SK도 조웅천과 조규제라는 더블스토퍼의 분전덕분에 호시탐탐 선두권진입을 노리고 있다.
삼성은 외국인투수 리베라가 되살아나면서 선두 두산을 턱밑까지 추격중이다. 시즌초 150㎞에 달하는 강속구를 뿌려대다가 최근에는 노련미를 앞세워 상대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14일 현재 리베라는 3구원승 10세이브로 13SP. 팀이 거둔 20승중 13승을 지켜내며 구원부문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
초반 부진하던 현대가 공동 3위로 뛰어오른 원동력은 마무리 위재영이다. 리베라에 이어 구원부문 2위(1구원승 10세이브ㆍ11SP). 4월19일이후 단 한번의 구원실패없이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140㎞대 초반이었던 직구스피드가 145㎞이상으로 빨라졌다. 또 전매특허인 면도날 제구력도 되살아나고 있다.
'구원왕' 진필중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초반에 리베라나 위재영보다 한발 뒤처져 있지만 최근 서서히 페이스를 회복하고 있다. 14일 현재 2구원승 6세이브(8SP)로 구원부문 3위.
시즌초 갑작스럽게 무너지던 모습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직구구위도 회복됐고 슬라이더도 먹히기 시작한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진단이다. 팀성적과 밀접하게 관련된 마무리투수들의 구원왕경쟁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그라운드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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