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趙芝薰ㆍ1920~1968ㆍ사진) 시인이 자신의 시 중 121편을 직접 정서한 친필 원고를 수록한 '지훈 육필 시집'(나남출판 발행)이 출간됐다.이 시집은 고인의 제자와 후학들이 1972년 고인의 서재를 정리하던 중 발견한 두 권의 자필 시선집과 시작 노트 원고에서 비롯됐다. 올해 '지훈상'을 제정하면서 새롭게 정리해 펴낸 것이다.
당초 고인의 원고 두 묶음에는 모두 148편의 시가 실려있었는데 중복되는 것을 빼고 한 권으로 묶었다. '완화삼(玩花杉)' '풀닢 단장(斷章)' 등 고인의 대표적 시들이 그의 펜 혹은 만년필 글씨로 정서돼 있다.
특히 이번 '지훈 육필 시집'에는 1996년 아홉 권으로 완간된 '조지훈 전집'에도 실리지 않았던, 미공개작으로 보이는 시 두 편이 포함되어 있어 지훈 문학 연구에 새로운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집의 맨 첫머리에 실린 시 '완허산방(玩虛山房)'과 '상원암(上院庵)'이 그것. '닫힌 사립에/ 꽃잎이 떨리노니// 구름에 싸인 집이/ 물소리도 스미노라'로 시작하는 '완허산방'은 고인이 추구했던 선(禪)적인 시세계가 응축돼 있는듯한 작품이다.
'상원암'에서도 그는 '선(禪)에 들어 한나절 조을다깨면/ 여러제친 창(窓)으로/ 힌구름 바라기가 무척좋아라'고 노래하고 있다.
육필 시집을 정리한 박노준 한양대교수는 "시집을 펴낸 뒤 다시 그 시집의 시들을 손수 육필로 남긴 시인은 거의 찾기 힘들다"며 "정본(定本)을 남기고자 한 선생의 뜻과 문기(文氣)를 흠뻑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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