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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일상생활 도처에 깔린 '국적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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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일상생활 도처에 깔린 '국적 장벽'

입력
200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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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학교 안에 있는 은행에서 이런 광고가 있었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카드발급’ 대학원에 다니는 나는 이것을 보고 신용카드 발급 카운터에 갔다.잠깐 일본에 돌아갈 때도 신용카드가 있으면 엔화를 바꿀 필요도 없고 한국에서 조금 비싼 물건을 살 때도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행원에게 물어봤더니 외국인 유학생은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수입이 없는 것은 한국인 대학원생과 같은데 왜 유학생이란 이유만으로 만들 수 없는지 모르겠다.

한국에 살고 있는 내가 아는 일본인들의 경우는 저마다 상황이 다르다. 어떤 친구는 나처럼 거부를 당할 때도 있는데 어떤 친구는 한국의 은행이 발행한 카드를 갖고 있다

휴대폰 가입도 마찬가지다. 나는 PCS서비스 초창기에 가입해 자동이체로 지불할 수 있게 되었는데, 지금 다른 친구들은 신용카드 결제가 아니면 가입도 못한다.

또 항상 불편한 것은 주민등록번호다. 한국에서 3개월 이상 살고 있는 외국인에게는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외국인등록증이 발행된다.

물론 주민등록 번호와 비슷한 외국인 등록번호가 있는데 번호부여체계가 달라서 오류가 생길 때가 많다. 은행에서 현금카드를 재발행받을 때 외국인 등록번호가 입력되지 않아-

물론 외국인이 자주 오는 지점에서는 특별한 서비스를 하지만 ? 보통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있고 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하려고 해도 외국인 등록번호가 서비스 업체에 생소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떤 증권회사가 주최하는 온라인 주식투자대회 모집 현수막이 학교 정문 옆에 있어서 참가하려고 해봤는데 자격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라고 써 있었다.

대회 뿐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나 방송국의 여러 공모에서도 흔히 참가자격은 국민 모두이다. 한국어로 모집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응모를 예상하지 못한 것 같지만 한국어를 이해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뭔가 소외감을 느낀다.

이런 것들은 작은 일이지만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 있는 거리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대부분의 외국인은 한국인처럼 한국어가 능통하지도 않고 장기간 한국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한국인과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없어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중장기 체류 외국인들에게는 신용카드도 그렇고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각종 대회의 대한민국국민으로 한한 자격문제 등 일종의 차별에 대해 확실한 이유와 설명, 그리고 개선조치가 필요한 것 아닐까.

주식투자대회나 무료온라인 서비스에 왜 국적조항이 필요할까. 지금까지 이러한 불편에 부딪혔을 때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그냥 외국인이니까 안되니 앞으로 이러한 상태를 개선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 듣게 된다.

정보나 경제의 국경이 사라져 버린 지금, 이러한 제한은 재고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동아시아권에서는 까다로운 규칙을 굳이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이러한 규칙은 정당한 이유나 설명이 없으면 외국인들은 바로 차별로 받아들이기 쉽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으로 외국인의 왕래도 증가하고 있고 한국과 외국과의 교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관광서비스는 많이 개선됐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절실한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 더 배려하면 좋겠다.

후카노 쇼이치·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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