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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조절물질 개발 사업단' 발족 - "단백질 연구로 신약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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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조절물질 개발 사업단' 발족 - "단백질 연구로 신약개발"

입력
200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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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티어 연구로 신약시장을 일군다." 정부가 10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 중 6월 '생체기능조절물질 개발사업단'이 출범한다.8일 조중명(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 박사가 사업단장으로 선정된 이 사업단은 비만, 뇌졸중, 당뇨, 간염, 천식, 골다공증, 위궤양 등 7개 질환에 대해 본격적인 신약물질 개발을 선언하고 나섰다.

각각 1조원 이상 시장을 가진 질환들. 앞으로 10년간 20개 이상 신약 후보물질이나 관련기술을 개발해 매년 5조원 이상의 로열티 수입을 올리겠다는 전망이다.

신약은 성공률은 낮지만 하나만 개발해도 연 1,000억~1조원의 순익을 낼 수 있는 21세기 최고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자동차 300만대를 판매해 얻을 만한 수치다. 그러나 국내 신약개발의 수준은 일천하다. 1999년 SK케미칼이 개발한 항암제 '선플라'가 비로소 '국산 신약 1호'라는 간판을 달았을 뿐이다.

임상실험에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임상실험 도중 외국 제약회사에 판매하는 것이 관행인데 이런 경험조차 LG화학, SK케미칼, 유한양행 세 곳뿐이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매출을 모두 합쳐도 미국의 머크 같은 공룡 제약회사 1개에 못 미친다.

그렇다면 사업단의 계획은 너무 장밋빛이 아닐까. "외국 대형 제약회사가 하듯이 수백만 개 화합물을 고속으로 대량검색해 신약성분을 찾아내는 접근은 우리로선 역부족입니다.

외국 회사가 100만개씩 화합물을 검색할 때 우린 화학연구원에 고작 3만개의 화합물을 보유하고 있을 뿐입니다. 대신 돈이 덜 들면서 합리적인 '신약 설계'를 하면 가능성은 큽니다." 조중명 사업단장의 설명이다.

신약은 어떻게 '설계'될 수 있을까? 질병의 원인이 되는 체내 단백질은 열쇠와 자물쇠처럼 기능한다. 3차원 입체구조의 요철이 맞는 것끼리 결합했을 때 생리작용을 하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단백질과 결합하는 구조의 분자를 넣어주면 그것이 약이 된다.

화합물고속검색이 자갈밭에서 돌을 맞춰봐서 맞는 것 하나를 골라내는 것이라면, 단백질설계는 맞는 모양을 알아낸 뒤 그대로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연구는 한창 주가가 뜨고 있는 분야. 조 박사는 "단백질 구조연구는 큰 돈이 드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개인의 창의력이 중요하다.

이 분야에서 세계 정상 수준의 우리 과학자들이 많다. 또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는 가장 좋은 도구인 방사광가속기도 포항에 갖추고 있는 만큼 기반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신약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은 인간게놈프로젝트 덕분이다. 게놈연구에 의해 질병의 원인 유전자가 밝혀지자 이제 그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하려는 것이다.

현재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약은 500개 타깃(약이 작용하는 대상단백질)에 작용하는 것이었지만 게놈프로젝트의 결과 타깃은 3,000~4,0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론티어사업단이 포스트게놈 시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연구개발전략을 보여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중명 단장 인터뷰

프론티어연구는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 중 가장 덩치가 크다. 그만큼 연구계의 관심도 지대하다. 그런데 조중명(曺重明ㆍ53ㆍ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 사업단장 선정은 의외로 보였다.

정부출연연구소 소속의 다른 연구자들 이름만 거론돼 왔던 것. 조 박사가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장을 지냈다곤 해도 현직은 '일개 벤처기업 대표'라는 인상이 짙었다.

그러나 조 단장은 자신만만하다. "LG화학에 있으면서 신약설계로 1억5,000만달러의 기술료 수입을 올렸습니다.

신약후보개발 경험이라면 저밖에 더 있습니까?"라고 오히려 반문한다. 차세대 퀴놀론계 항생제, 인간성장 호르몬, B형간염 백신 등 그의 개발 이력은 화려하다.

그는 지난해 쉰이 넘은 나이에 연구소장을 박차고 바이오벤처를 차렸다. "돈도 많이 벌 확신이 서 있는데 덩치 큰 대기업의 움직임이 너무 갑갑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약개발의 기초연구는 가장 벤처성격이 짙고 그래서 한국사람에게 가장 잘 맞는 분야"라고 말한다. 모험성이 짙고 창의력이 필요하며 또 개인보상제도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업단을 벤처지주회사로 표방한다. 10년 내 20개 신약물질이나 기술을 특허화하면 각각을 모두 벤처화한다는 전략이다.

"우수한 인재가 없어서 신약이 안 나온 게 아닙니다. 그들을 조직화하는 전략이 없었을 뿐이죠." 앞으로 세부연구과제를 선정하고 공모를 통해 연구자를 뽑게 될 조 단장은 "능력 있고 아이디어 넘치는 젊은 연구자 중심으로 연구사업을 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단장 자신은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게 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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