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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포드 악몽'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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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포드 악몽' 잊었나

입력
200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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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철폐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도록 정부와 기업이 상호협력하는 것이 긴요하다."10일 저녁 회장단 모임후 전경련은 이런 내용의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30대 기업집단지정, 출자총액제한 등 재벌규제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공세를 펴왔던 재계는 정부의 강경반응에 기가 꺾인 듯, "정ㆍ재계간 갈등은 없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면서도 불만은 굳이 감추지 않았다. 한 총수는 "선진국일수록 규제는 없고 기업하기도 좋더라"고 말했다.

기업이 자신의 손발을 묶는 제도적 사슬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어제 오늘만의 얘기도 아니다.

하지만 재계의 주장이 국민적 공감 대신 임기말 정부의 약점을 파고드는 '떼쓰기' 정도로 비춰지는 것은, 늘 '해달라'만 있고 '하겠다'는 없기 때문이다.

'실업난 해결을 위해 채용에 힘쓰겠다'거나 '소외된 중소기업과 영세계층 지원을 늘리겠다' 같은 최소한의 고통분담 의지라도 천명한 뒤 요구와 불만을 터뜨렸더라면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훨씬 많았을 것이다.

지난달 골프회동에서도 총수들은 "경제회복에 노사안정이 가장 절실하다"고 말해 생존권 문제가 걸린 근로자들로부터 "자기들은 골프나 치면서."란 비판을 받아야 했다.

출자규제는 풀자고 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은 꼭 규제해야 한다는 이율배반적 주장에서 재벌의 '내 몫만 지키기' 논리는 쉽게 확인된다.

경제를 국민정서로 접근해선 안되지만, 정서에 반하는 경제는 결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재벌이 '하겠다' 대신 '해달라'만 외치는 한 거부감만 커진다.

경제부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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