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을 앓던 노부부가 미장원 경영과 농사일 등으로 평생 모은 재산 10억원을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달라고 기증했다.소년소녀 가장, 불우노인 등을 위해 봉사해 온 김형호(金炯鎬 ㆍ76) 문복남(文福男 ㆍ작고)부부는 전재산인 서울 강북구 번동 412번지의 100여평 건물(시가 10억원 상당)을 지난 3일 대한적십자사에 기증했다.
이 같은 사실은 아내인 문씨가 세상에 알려지길 한사코 거절해 11일 새벽6시15분 문씨가 심장병으로 타계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당초 부부는 사후에 재산을 귀속시키기로 위임장을 썼으나 현재 위암을 앓고 있는 김씨는 "아내의 장례식이 끝나는 대로 재산을 귀속시키겠다"고 밝혔다.
아내 문씨가 기증처로 대한적십자사를 선택한 것은 76년 종로적십자 봉사회를 중심으로 독거노인 방문, 지체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학비 후원 등 봉사활동을 한 것이 인연이 됐다. 두 사람은 이미 2년 전에 '형호-안나 장학회'를 만들어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학비를 대왔다.
부부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내 문씨가 여고 졸업후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미장원을 찾아 온 장애인을 돌본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경기도 동두천시, 강북구 번동 등으로 이사를 다니면서 어려운 지체 장애인을 거둬 함께 살았고 이들 중 10쌍 이상을 결혼시키기도 했다.
불우이웃 돕기에 돈을 아끼지 않은 반면 부부의 평소 생활은 검소 그 자체였다. 김씨는 2년전 위암선고를 받고도 병원에 갈 때조차 택시를 타지 않을 정도로 대중교통만을 고집했다고 주위에서는 전한다.
부부에게는 2남5녀가 있지만 자식들도 부모님의 봉사활동을 옆에서 보고 자라 부모의 재산이 불우청소년에게 가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있다. 3일 재산 기탁식에도 참석했던 딸 민주(34)씨는 "어머님께선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급하고 받아오는 영수증을 가장 귀하게 여기셨다"고 전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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