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11, 12일 이틀 일정으로 미사일방어(MD)체제 추진을 놓고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과 유리 카프랄로프 러시아 외무부 군축국장이 주도하는 이번 실무협의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폐기와 MD추진방향, 군축문제 등에 대한 양국의 입장조율과 함께 향후 양국관계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이번 협의는 17일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의 미국방문과 7월로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리는 사전회담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회담에 임하는 양국은 어느 때 보다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MD세일'을 위한 유럽 순방과정에서 독일 이탈리아등으로부터 냉대를 받은 미국으로서는 최소한 러시아의 묵인을 끌어내려는 자세이고 러시아는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지만 추진 타당성 등을 집중 거론함으로써 미국과의 미사일 기술공유 등 최대한 실리를 챙기려 하고 있다.
이번 협의를 위해 카프랄로프 군축국장을 주축으로 특별팀을 구성, 면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온 러시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싸늘한 편이다.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 대표단이 입국한 10일 성명을 통해 "이번 협의를 통해 전략적 안정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할 것"이라며 "MD 문제가 지극히 복잡한 것으로, 구체적인 논의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D에 대한 '대응이념'에 대한 문제들도 제기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최근 제안했던 집단안보체제 개념을 들고 나올 뜻을 비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9일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전승기념일행사에 참석, "전후 역사는 누구도 혼자 힘으로 세계평화를 건설할 수 없으며 다른 국가의 희생을 동반하면 더욱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안드레이 니콜라에프 의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전략분석가의 말을 인용, "MD는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전략적 강대국을 무력화,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러시아의 강경입장이 미사일 기술공유를 통한 공동안보정책추진 또는 노후화한 미사일의 감축을 이끌어내려는 의도적인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모스크바의 서방전문가는 협의에 임하는 러시아의 지도부가 매우 타협적이라고 지적했고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도 9일 푸틴 대통령이 MD 추진에 대해 미국의 대화노력을 환영하고 전향적 자세를 강조한 것도 일단 대화를 가진 후 지켜보겠다는 자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일단 MD에 대한 탐색전을 벌이고 이후 외무 장관들과의 협상에서 이견을 구체적으로 조율할 것으로 분석된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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