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10일 기본금리를 4.75%에서 4.50%로 전격 인하한 것은 일단 미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빔 두이젠베르크 ECB 총재는 이날 물가 상승이 임금인상을 유발하지 않고 있으며, 유로권 통화공급 증가율이 둔화되는 등 인플레 압력이 진정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이젠베르크 총재의 이 같은 배경 설명에 대해 인플레율이 이미 3월에 목표치 2% 보다 높은 2.6%를 기록하는 등 ECB의 입장을 바꿀 만큼 경제환경에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제성장보다 물가안정에 정책적 우선을 두고 지난 주까지 금리인하 필요성을 부인했던 ECB가 실제로는 미국 경제의 악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불가피하게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이 같은 우려감은 최근 발표된 독일의 경제 지표를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번 주 발표된 3월 독일 제조업 수주가 전달 보다 4.4%하락했으며, 3월 제조업 생산 역시 3.7% 하락하는 등 유럽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한 독일 경제의 이상징후가 ECB 금리인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ECB의 금리인하를 촉구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압력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ECB의 금리인하에도 불구, 이날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유로화의 대 달러 가치는 금리인하 발표 후 소폭 상승했으나 종장에 지난 3주동안 가장 낮은 0.8824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ECB가 "너무 늦게, 너무 소폭"으로 금리를 인하,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조치는 ECB 정책의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ECB의 금리인하에 이어 이날 영국 중앙은행과 덴마크 중앙은행도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0.3%포인트로 내렸다.
올 들어 네 차례 금리인하에도 불구, 미국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FRB도 15일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세계 각국의 금리인하 도미노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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