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무장관이 한달여 시차를 두고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양국간 현안을 집중조율한다. 양국 외교사령탑이 교환방문 형식으로 대좌하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더욱이 이번 연쇄회담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재검토작업을 완료하고 실천에 옮겨질 시기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외교소식통들은 회담의 시점이 우연의 소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3ㆍ26개각'으로 입각한 한승수 장관은 4월중 방미를 추진했으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5월초에 방한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뒤로 미뤄졌다.
그런데 파월 장관의 아시아 순방이 의회일정과 미사일방어계획(MD) 등으로 취소되자 다시 6월초 미국방문 일정을 마련했다. 이어 파월 장관도 7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에 앞서 한일 양국을 방문키로 하는 바람에 두 장관의 교환방문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완료된 직후에 이뤄지는 한 장관의 방미는 특히 주목된다.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3월7일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대립각을 보인 뒤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복원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9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으로 불협화음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 미국의 최종카드가 어떤 색깔일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측이 대북포용정책기조에 최대한 견해를 같이하도록 쐐기를 박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5월말 하와이에서 열리는 한ㆍ미ㆍ일 3자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에서도 북미접촉 재개에 대한 우리측의 분명한 입장이 전달될 것으로 예측된다.
두번의 회담 테이블에는 이밖에도 MD 체제 구축문제와 미 이지스함의 동해 배치 검토, 10월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한국방문 등 뜨거운 이슈들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MD 체제에 대해선 아미티지 부장관을 통해 '브리핑'을 마친 미국측이 한국측에 대해 명시적인 지지를 내놓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에 북한은 물론, 대 러시아, 대 중국관계를 감안한 고난도의 해법이 요구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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