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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글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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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글의 법칙

입력
2001.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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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굴드(Jay Gould)는 미국 금융의 심장부인 월 스트리트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가 활약했던 시기는 한 세기도 훨씬 전(19세기 중반)의 일이지만 지금도 신문지상에 종종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굴드에게는 '월가의 악마'라는 화끈한 별명이 붙어있다.그의 악명은 몇 권의 책에 담아도 모자랄 신화적인 투기행각에서 비롯됐다. 특히 남의 기업을 통째로 잡아먹는 사냥 솜씨가 대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주주들을 돈으로 매수해 자기편으로 만들기, 판사를 뇌물로 구워삶아 기업탈취에 유리한 법정 환경 조성하기, 경쟁회사의 회계장부 훔치기.. 심지어 철도회사의 지배권을 장악하기 위해 기관차를 탈선ㆍ전복시키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해서 굴드는 서부개척시대 미국 남서부 일대 철도회사의 절반 이상을 장악해 신화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기업을 주식과 금융을 이용한 투기대상으로 삼은 굴드는 따지고 보면 오늘날 '카지노 자본주의'의 선구자인 셈이다.

■이처럼 카지노 자본주의의 형태는 일찍이 등장했지만 그것이 대량 횡행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1980년대 이후 컴퓨터에 의한 금융기법의 혁신적 발달, 냉전체제 와해로 인한 급속한 세계화가 그 동력이다.

이때부터 '산업(제조업)이 모든 것의 어머니'라는 전통적 경제개념 대신 주식 채권 등 금융이 오히려 산업을 지배하는 대변혁의 바람이 일게 되는 것이다.

■카지노 자본주의의 정수(精髓) 중 하나가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이다. 한마디로 돈의 힘으로 남의 기업을 탈취하는 행위다.

국내에서도 드디어 이 비정한 게임이 본격화할 모양이다. 개인들이 돈을 모아 대주주의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도록 하는 '사모(私募) M&A 펀드'가 곧 등장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코스닥기업 중 10%가 사냥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업주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눈뜨고 코 베이는 정글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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