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만남] '서울大 개혁' 장회익-김동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만남] '서울大 개혁' 장회익-김동훈

입력
2001.05.12 00:00
0 0

교실붕괴’ ‘조기유학’ 등 중등교육의 위기를 걱정하는 소리도 많고 경쟁력 없는 대학교육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입시제도를 바꿔봐도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학벌 중심의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하다는 진단마저 나오고 있다.

서울대 폐교론까지 나오는 와중에 서울대 내부에서도 ‘서울대 개혁’을 외치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최근 서울대 개혁을 주장해 주목받고있는 서울대 장회익 교수와 학벌사회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있는 국민대 김동훈 교수가 서울대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회익(張會翼)

1938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61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69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1년부터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겸임

교수도 맡고 있다. 생태주의자로 유명하며 자연과학자로는 드물게 87년 4ㆍ13호헌조치 반대성명, 97년 서울대 교수 시국성명 등에 참여했다. 저서로는 ‘과학과 메타과학’ ‘삶과 온생명’ 등이 있다.

◆김동훈(金東勳)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77년 경희대 법대에 입학했고 80년 외무고시에 최연소 합격했다.

1년간 외무부에서 근무하다 사직하고 88년 독일 쾰른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89년부터 국민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모임’의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계약법의 주요문제’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 ‘한국의 학벌, 또 하나의 카스트인가’ 등이 있다.

_ 서울대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겁니까.

▦김동훈 = 학벌사회의 폐해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겁니다. 서울대는 그런 학벌사회의 정점에 있습니다.

우수학생을 독식하고 교육재정과 사회적 명성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법조계 간부의 80%, 언론사 간부의 60% 이상이 서울대 출신입니다.

다른 분야도 요직의 3분의 2 이상이 서울대 졸업생입니다. 서울대 출신이 한국의 ‘노멘 클라투라’(옛소련의 특권계층)를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장회익 = 서울대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지적입니다. 저는 중등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입시에만 매달렸기 때문인지, 기백이 하늘을 찔러야 할 나이인데도 신입생들은 진이 빠져있어요. 그나마 서울대에 들어온 학생들이 이런데, 서울대를 목표로 했다가 실패한 학생들은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의 대학체계에서는 그 실패가 평생을 짊어질 짐이 되고 있어요. 패자부활전이 없습니다. _ 하지만 그건 서울대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문이기 때문 아닙니까. 그리고 어느 나라나 명문대학은 있는 것 아닙니까.

▦김동훈 = 물론 명문대학은 어디나 있지요. 하지만 서울대처럼 모든 것을 독식하는 대학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냥 명문으로도 부족해 ‘슈퍼 명문’입니다. 문제는 서울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가 지원으로, 서울 소재 국립학교라는 이유만으로 앉아서 그런 지위를 얻었다는 겁니다.

안타까운 것은 서울대 때문에 대학 사회 전체에 활력이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대학은 의과대 1차 합격자 전원이 서울대에 복수합격한 뒤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의욕을 갖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투하겠습니까. 이미 1위가 결정난 상태에서 최고를 위한 노력은 의미가 없는 겁니다.

_ 어찌보면 서울대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교육제도의 문제가 아닐까요. 서울대를 없애거나 개편한다고 우리 교육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까.

▦장회익 = 그런 면도 있지요. 하지만 왜곡된 서열화의 꼭대기에 서울대가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명문대에 진학하겠다는 ‘결사적인’ 노력을 하지않고도 어느 정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면 중등교육은 정상으로 돌아갈 겁니다.

저는 비슷한 수준의 명문대가 10~20여개 정도 되면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김동훈 = 그렇습니다. 일단 서울대가 없어지면 뾰족한 피라미드 구조가 윗부분이 뭉툭한 사다리 구조로 바뀔 겁니다.

장교수님 말씀대로 서울대 대신 10개 정도의 대학이 공동 선두권을 형성한다면 공부를 잘한다는 학생들의 입시 중압감도 10분의 1로 낮아지겠지요.

또 서울대에 눌려 있던 대학들이 양질의 교육ㆍ연구환경을 제공하고 좋은 교수진을 확보하는 등 1위를 향한 경쟁에 나서면서 대학 전체의 경쟁력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_ 두 분은 구체적으로 서울대를 어떻게 바꿔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장회익 = 제가 지난달 ‘서울대 개혁안’을 발표한 적이 있어요. ‘서울대 입학 _ 서울대 졸업’이라는 간판을 떼내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러려면 서울대의 학부 신입생을 한시적으로 뽑지 않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그만큼 다른 국립대에 추가배정한 뒤 그들 대학 입학생들의 학사과정을 서울대가 위탁교육하자는 것이 요지입니다.

물론 졸업장은 입학한 대학의 것을 따게 되지요. 서울대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고 지방 국립대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 다른 명문 사립대와 비슷해질 것입니다.

서울과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의 격차가 완화되리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요.

▦김동훈 = 지방 국립대에 들어간 학생들이 다들 서울대에서 수업을 받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장회익 = 서울대 입학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대라는 간판때문입니다. 그 간판이 사라진 상태에서 서울대의 학사행정을 학점 따기가 버거울 정도로 엄격히 하면 섣불리 서울대에서 강의를 들으려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서울대 강의를 듣겠다는 학문적 열의가 있는 학생에게는 강의를 개방하자는 겁니다.

또 학부과정은 그렇게 하더라도 대학원 과정은 서울대 이름으로 선발하면 되는 것이고.

▦김동훈 = 이런 주장이 서울대 안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서울대에 교육을 위탁한 대학은 학사관리 운용에서 여러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학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서울대 대학원은 독점적 위치가 더욱 굳어져 간판 효과가 오히려 확장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오히려 서울대를 포함, 국공립대를 통합하거나 서울대의 각 단과대를 분리하는 간명한 방법이 좋지 않을까요.

▦장회익 = 그런 방안은 너무 큰 변화를 초래합니다. ‘서울대 입학 _ 서울대 졸업’ 타이틀을 버리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울대는 국내서는 최고라지만 연구업적에서는 세계 100위도 못됩니다. 서울대 대학원 문제는 학부를 포기하는 대신 최상의 연구자와 업적을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학문을 추구하자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김동훈 =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는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모호합니다.

국립대는 공공성이 강한 인문학이나 자연과학에 힘쓰고 법학 의학 예체능계열 등은 떼어내야 합니다. 참 서울대 학부생을 뽑지 말자고 한 뒤 학내에서 특별한 반응은 없었습니까.

▦장회익 = 내놓고 말은 안 해도 혹시 이러다 우리 대학 문닫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은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은 그동안 학부가 중심이었잖아요. 하지만 그런 걱정의 이면에서 저의 제안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모임’은 어떤 단체인가요.

▦김동훈 = 학벌 사회가 초래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끼리 모여 만들었습니다. 주로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지요.

▦장회익 = 김교수님이 저서에서 약력난에 A대학을 나왔다고 표기하는 이유를 알만합니다. 모임의 활동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김동훈 = 70~80%는 취지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돈없고 빽없는 집안 아이들이 그래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서울대 나오는 것 밖에 더 있냐며, 또 서울대 나오면 사회에서 일도 더 잘한다며 학벌을 옹호합니다.

_ 학벌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필요한 다른 것들은 없나요.

▦김동훈 = 학벌은 주로 의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언론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 중심의 입시보도는 말아야 합니다.

서울대 입시안이 나오면 사회면 머릿기사는 보통이고 심지어 1면에까지 싣습니다. 사람 관련 기사에도 걸핏하면 ‘서울대 출신’이라고 소개하는데 그러지 말았으면 합니다.

서울대 입시안이 나오면 사회면 머릿기사는 보통이고 심지어 1면에까지 싣습니다. 사람 관련 기사에도 걸핏하면 ‘서울대 출신’이라고 소개하는데 그러지 말았으면 합니다.

독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죠. 하지만 언론은 사회의 공기로서 잘못된 의식을 잡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장회익 = 또 하나는 채용관행이겠죠. 대부분의 기업은 채용시 출신학교와 전공을 봅니다. 능력의 지표라고 생각하는거죠.

하지만 이력의 표식은 될 수 있어도 능력의 지표는 될 수 없습니다. 기업도 다양한 지표를 개발해야 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