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UFO, 허상인가 메신저 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UFO, 허상인가 메신저 인가

입력
2001.05.11 00:00
0 0

과연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ㆍ미확인 비행물체)는 있나? 미 공군이 UFO라는 명칭을 부르기 시작한 지 50여 년.그러나 미스터리는 여전하다. 최근 국내에서 UFO 사진이 잇달아 촬영ㆍ공개되면서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일 충주 TV 카메라가 달을 배경으로 포착한 길다란 비행물체 궤적이 보도됐고, 4일 MBC 프로그램 '화제집중'은 여의도에서 촬영된 막대 모양 미확인 비행 생물체 '로드'를 공개했다.

앞서 4월 20일에도 원주 케이블TV 카메라에 잡힌 로드가 공개됐다. 지난 해 10월엔 미국에서 CF 촬영 중이던 야구선수 김병현의 머리 뒤로 빛을 발하는 비행체가 잡혀 TV와 신문마다 보도됐다.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1995년 촬영한 농가 지붕 위 UFO 사진은 큰 화제를 일으켰다.김 기자는 3년 뒤 금강산에서도 UFO를 찍었다.

어떤 이들은 평생 한번 못 보는 UFO를 잇달아 촬영하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는 외계인이 사람을 골라 신호를 보낸다고 말한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UFO에 대한 관심과 의문을 종결짓지 못하는 걸까. UFO는 우리 우주의 물리법칙으로 설명 안 되는, 미스터리 자체다.

현대 과학은 날개 없는 접시형 비행체를 개발한 적도 없거니와, 목격담처럼 수직ㆍ수평ㆍ지그재그 비행을 자유자재로 하거나, 예각으로 급회전하거나, 순간적으로 출발ㆍ정지하거나, 순식간에 사라지는 비행이 불가능하다. 지구중력과 빛의 속도와 관성의 힘에서 모두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먼 곳까지 밝은 빛을 내는 것도 의문이다. 아무리 발전된 과학기술이라도 기본적인 물리법칙을 뛰어넘어 성립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쯤 되면 UFO에 대한 냉담한 시선을 짐작할 만하다. 과학계는 개인적으로 UFO에 호의적인 이가 있을지라도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대부분 천체 현상이나 항공기를 오인한 것으로 볼 뿐이다. 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으로 유보한다.

"대중을 호도하고 비과학적 인식을 퍼뜨린다"며 맹렬히 비난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UFO를 봤다는 이들은 전혀 다른 태도다. 허무맹랑한 소리로 여기던 이들조차 갑작스레 존재를 확신한다.

오히려 남들이 믿어주지 않으니 미칠 노릇이다. 편대비행, 모선(母船)과 자선(子船), UFO의 종류 등 분석도 갖가지다.

1977년 설립된 한국UFO연구협회(회장 허영식)는 UFO를 조사, 연구하고 목격사례를 수집한다. 500명의 회원 중엔 출연연구소 박사, 탤런트, 스님, 평범한 회사원 등이 포함돼 있다.

종교성을 띤 많은 UFO단체들은 UFO와 외계인을 숭배하면서 인간을 복제하자거나, 외계인과 접선할 수 있는 대사관을 짓자는 주장을 한다.

위- SETI는 외계에 존재할 수 있는 고등생명체를 탐색하는 과학적 프로젝트다. 사진과 같은 대형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에서 오는 전파신호를 추적한다.

아래-첫번째는 1998년 부산 태종대에서 촬영된 삼각돔형 UFO , 두번째는 2000년 10월 야구선수 김병현의 뒤에 찍힌 UFO,세번째는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경기 가평군서 찍은 UFO.

김희원기자

hee@hk.co.kr

■UFO,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군복무 중 밤에 섬광과 함께 뭔가 내려오는 걸 봤다. 빛이 너무 세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비행기는 절대 아니었다.

군항공기였다면 눈 감고 모터 소리만 듣고도 종류가 훤했다. 믿기 어렵지만 진짜다. 뭐였을까? 나도 궁금해 미치겠다. 제발 조언 좀 해달라." - 어느 목격자

"지구도 50년 뒤면 석유가 고갈되고 120여 년 뒤면 석탄이 떨어진다. 외계 행성을 개발해야 한다. 광속(光速)을 지배할 줄 아는 어떤 외계인들도 이런 사정에서 이주할 후보 행성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조경철 박사(천문학)

"UFO는 없다. 쓸데없는 데 신경쓰지 말고 공부나 해라." -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 글

"1945년 전 도시 전체를 날려버릴 폭탄이 있다고 했다면 아무도 안 믿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만천하의 진실이 됐다. 보이는 것만 믿는 것이 꼭 과학은 아니다." -채연석 박사(항공우주연구원)

"전혀 관심 없다." -최재천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

"UFO 주차장을 만들어 첫 UFO에 주차료를 면제해 주겠다는 여유는 좋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텐트 치고 평생 UFO를 기다리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 -박석재 박사(천문연구원)

■또하나의 미스터리 비행 생물체 '로드'

UFO, 미스터리 써클(외국의 밑밭에 난 거대한 원형 자국) 등에 이어 최근 떠오른 미지의 존재는 '미확인 비행 생물체'를 뜻하는 '로드'(rodㆍ막대기라는 뜻)이다.

4일 오후 MBC TV 프로그램 '화제집중'은 여의도에서 의도적 촬영을 시도하던 중 의외의 장면에서 사람 옷깃을 스쳐간 로드를 포착, 방송했다.

4월엔 한국케이블TV 원주방송이 폐농가에서 6개 날개가 선명하게 빛나는 로드를 촬영, 언론에 보도됐다. 로드는 미국에서 7, 8년 전 처음 촬영된 후 일본에 동호회가 생겼을 정도로 선풍적 관심을 끈 존재다.

로드를 '생물체'로 추정하는 이유는 날개가 있다는 점이다. 외계인이 탑승한 UFO라고 보기엔 크기가 작고(수㎝~수㎙), 날개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 추종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속도가 빨라 육안으론 전혀 보이지 않는다.

0.2~0.3초만 찍혀 느리게 재생할 때만 볼 수 있다. 비행 속도는 초속 3~4㎞.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물체보다 빠르다. 또 날갯짓으로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회전하면서 비행하는 것도 생물체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다.

서종한 한국UFO연구협회 조사부장은 지난 해부터 의도적 촬영을 시도한 결과, 수차례 로드를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장애물을 의도적으로 피해가고 교외에서 주로 발견되는 등 생물체로 추정할 만한 근거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생물학계에선 UFO와 마찬가지로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먼저 그렇게 흔하게 보이는 생물체가 한번도 표본채집되지 않은 사실이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속도는 더 큰 문제다. 날개생리학적으로 이만한 속도를 낼 수 있는 근육은 불가능하다. 또 회전비행을 한다면 굳이 날개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외계의 생물체라면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했으리라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위- 5일 보도된 미확인 비행 생물체 로드

아래-4월 원주(왼쪽)와 여의도에서 각각 촬영된 로드 6개의 날개가 보이고 비행속도는 초속 3~4km로 추정된다

■UFO협회 조사부장 서종한씨

하늘에서 섬광을 봤다. 그냥 찍은 사진 속에 UFO 같은 궤적이 보였다. 뭘까? 누구한테 물어야 하나? 이 때 찾아갈 만한 이가 서종한(徐鍾漢ㆍ41ㆍ사진) 한국UFO연구협회 조사부장이다.

그는 이른바 '국내 유일의 UFO 판독 전문가'다. 그가 "거짓 사진"이라면 조작된 거고, "여러가지 정황으로 UFO로 보인다"면 UFO다. 방송에서 UFO를 찍은 필름을 방영할 땐 으레 그의 분석이 곁들여진다.

그가 제보 받는 사진은 1년에 20건 정도. 필름 오류가 없으면 사진을 확대한다. 컴퓨터로 확대하고 음영을 조절하면 3차원 구조물의 형태가 어느 정도 짐작된다. 컴퓨터 화면에 마우스를 대면 대상의 단면을 잘라 보여주는 소프트웨어도 큰 도움이 된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목격자의 정황 설명이다. 관측 당시 천문현상이나 군부대의 조명탄 발사도 알아 본다. 정 결론내기 어려우면 'UFO상호통신망(MUFON)'이라는 인터넷 사이트 전문가에게 보낸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게임개발업체 ㈜유니온디지탈에서 근무하는 그는 광학, 역학, 사진 등을 혼자 공부했다.

외국 필름 제조사에 편지도 보내봤고 사다 읽은 해외 서적도 부지기수다. 정말 조작이 되나 싶어 형광 볼펜을 날려 찍어보기도 했다.

그가 가려내는 가짜 UFO는 다양하다. 유리창에 비친 조명등, 혜성, 별똥별, 곤충, 비행기, 조명탄, 또는 실로 매단 모형까지. 진짜 UFO로 판정하는 것은 약 1%뿐.

"초등학생 시절 UFO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심각하게 고민이 되더군요. 인류의 숙제가 아닐까 하고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1979년 한국UFO연구협회를 찾아가 '내가 조사부장 하겠다'고 자처했죠. 그게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는 주말이면 UFO가 출몰했던 곳을 찾아간다. 하늘을 향해 캠코더를 고정시킨다. 누가 보면 참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UFO를 부인하기엔 증거가 많다. 다만 제대로 된 UFO의 모습을 찍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외계지적 생명체 찾기

조디 포스터 주연 영화 '컨택트'에 소개된 '외계 지적생명체 찾기(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ㆍSETI)'는 실제 엄밀한 과학적 바탕 위에 진행되는 연구다.

천문학자들은 외계인이 UFO를 타고 지구로 온다는 것은 동의하지 못하지만 외계에 지구와 같은 고등생명체가 진화할 가능성은 인정한다.

SETI는 그 가능성을 계산한 드레이크 방정식에 발을 딛고 '의미있는 전파 신호'를 수십 년째 기다리고 있다.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전파야말로 외계와 지구가 교신할 수 있는 매개라는 것이다.

SETI에 대한 대중적 열의는 대단하다. 지난해 MS사의 공동창업자 폴 앨런, 휴렛패커드의 공동창업자인 데이비드 패커드와 빌 휴렛, 인터넷 백만장자 조 퍼미지 등 미 실리콘밸리 갑부들이 잇따라 SETI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또 PC를 병렬 연결해 신호 분석에 활용하는 '세티 앳 홈(SETI@HOME)'에는 세계 각국의 300만 명이 자원했다.

천문연구원 박석재 박사는 "세티가 외계인과 접속을 하지 못해도, 과학과 우주에 대한 꿈을 심어준 것만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