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엔 인권위원회 이사국선출과 마약 통제위원회 부위원장 선거에서 잇달아 탈락한 데 대해 의회가 유엔회비 체납금 지불유예를 추진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미 하원은 미국의 체납금 중 3차 최종 지불분 2억4,400만 달러의 지불을 유예하는 내용의 국무부 예산 지출결의안 수정안을 제출, 10일 표결을 강행키로 했다.
의회 관계자들은 헨리 하이드(공화당ㆍ일리노이주) 하원 국제관계위원장과 딕 아미(공화당ㆍ텍사스주) 하원 원내총무 등 유력 정치인들이 지지하고 있는 수정안이 최소한 300~350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경파들의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 공화ㆍ민주 양당은 유엔 분담금을 대폭 삭감하라는 의회내 강경파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체납금 중 1, 2차 분을 지불하되 3차분 지불은 내년 봄으로 예정된 유엔 인권위원회 차기 선출투표 결과와 연계키로 내부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에 상당한 회비를 의존하고 있는 유엔 입장에서는 심각한 재정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체납금은 유엔 교육과학 문화기구(UNESCO)재가입에 따른 6,700만 달러를 포함해 모두 6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의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유엔 분담금 지불문제를 특정사안과 연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9일 "유엔분담금 지불유예조치가 단행될 경우 이는 다국적 국제관계에 협조하고 있는 우리의 능력에 지극히 손상을 입힐 것"이라며 "특히 우리가 그 같은 국제기관에 믿을 만한 동참자라는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의 몫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장관은 이날 저녁 워싱턴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투표결과에 실망하고 있으나 유엔과 다른 국제기구에 대한 체납금 지불과 연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미 의회에 유엔분담금 지불유예 움직임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프레드 에카르트 사무총장 대변인은 "아난 사무총장은 189개 유엔 회원국에 대한 보복조치는 역효과가 날 수 있으며 분담금 지불유예로 유엔 사무국을 어렵게 하는 것 또한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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