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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봄의 피날레,붉은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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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봄의 피날레,붉은 아우성

입력
2001.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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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듯 사라져 버린 봄. 어디로 갔을까. 산꼭대기에 오르자. 봄은 붉은 색 꽃봉오리로 맺혀 파도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꽃의 이름은 철쭉. 흔하디 흔한 꽃이지만 무리지어 아우성을 치면 장관이 따로 없다. 5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 붉은 모자를 쓰는 철쭉 봉우리를 찾아간다.

■황매산(경남 합천군 가회면, 대병면)

해발 1,108㎙의 평범한 산. 합천군의 군립공원이지만 산행 서적이나 관광지도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무명의 산이다. 그 덕분에 깊은 골짜기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아직도 표범이나 살쾡이, 여우 등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산행을 하려면 무기가 될만한 도구를 챙겨야 한다고 주민들은 조언한다.

이 곳 사람들이 '개꽃'이라고 부르는 철쭉은 모산재에서 정상에 오르는 목장지대부터 시작해 능선을 타고 상삼봉, 작은골 정상까지 이어진다.

산행 소요시간은 코스에 따라 1시간~4시간 30분으로 다양한데 험한 구간이 많다. 13일까지 제 5회 황매산 철쭉제(제전위원회 055-934-1411)가 열리고 있다. 합천댐, 회양리 야외 조각공원, 바람흔적 미술관(055-933-4476) 등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

■재암산(전남 장흥군 장흥읍)

장흥군과 보성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 해발 807㎙로 그리 높지 않지만 웅장한 골짜기와 굵은 기암이 연이어져 있는 남성적인 산이다.

산자락은 보성을 지나 멀리 고흥반도까지 맥이 이어져 있다. 정상으로 오를 때 만나게 되는 곰재와 인근 사자산(666㎙) 사이의 지역이 철쭉 군락지. 3만여 평의 산등성이가 온통 붉은 색으로 뒤덮인다. 산행시간은 코스에 따라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2시간 30분~4시간 정도 예상하면 되는데, 재암산과 사자산 정상을 모두 종주하는 코스는 7시간이 걸린다.

15일까지 제암산 일원에서 철쭉제(문의 061-860-0224)가 열리고 있다.

장흥은 인근의 강진이나 해남 못지 않은 역사 답사지. 보고 느낄 것이 많다. 국보 제117호인 철조비로사나불, 보물 제44호인 삼층석탑석등 등 불교미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보림사, 천관산의 아름다운 산세와 어우러진 천관사 등이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다.

■두위봉(강원 정선군 남면, 신동읍, 사북읍)

두위봉(해발 1,466㎙)은 첩첩산중 정선 땅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들어있는 산.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았고 그만큼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주능선 5㎞를 따라 철쭉이 만개한다. 두위봉의 철쭉은 키가 크고 꽃 색깔이 연분홍인 것이 특징. 특히 바람이 불면 아름답다. 흔들리는 꽃잎이 일제히 솟아 오르는 눈발 같다.

산행은 자미원역에서 출발, 자뭇골-철쭉군락지-정상을 거쳐 건너편 사북아파트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 5시간이 걸린다.

두위봉 정상은 네모 반듯한 자연석을 채곡채곡 쌓아놓은 모습. 북쪽으로는 민둥산, 가리왕산, 동쪽으로는 태백산, 남쪽으로는 소백산 등 백두대간의 굵은 줄기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하산길에서 반가운 손님을 만날 수 있다. 주목단지이다. 1,800여 년 전에 이루어진 국내 최고령 주목 군락지.

폐광을 대하는 것도 다른 데서 경험할 수 없는 것. 사람들이 떠나버린 광부들의 살림집 등 을씨년스런 모습을 보며 쓸쓸한 분위기에 젖을 수 있다. 문의 신동읍사무소 (033)560-2604

■태백산(강원 태백시)

우리 국토의 어머니 격인 산. 이 산자락을 흐르는 물이 한강(발원지 검용소)과 낙동강(발원지 황지)을 이룬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과 단군의 영정을 모신 단군성전이 있다.

태백산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겨울. 정상 부근의 주목 군락지에 온통 하얀 설화가 필 때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계절은 늦봄. 천제단과 장군봉 일대의 넓은 철쭉 군락지가 붉은 색으로 뒤덮인다. 남한에서는 가장 늦게까지 철쭉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해발 1,567㎙로 높은 산이지만 산세가 완만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산을 오르는 입구는 모두 세 곳.

그러나 유일사 매표소로 올라 정상과 문수봉을 경유해 당골광장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인기가 높다. 약 4시간 30분.

정상 부근의 망경사가 특이하다. 9부 능선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용정이라는 유명한 샘물이 있다. 물을 통해 바다 용왕과 교통한다는 우물이다.

수박 크기에서 집채만한 것까지 크고 작은 바위로 뒤덮여 있는 문수봉도 이채롭다. 올해의 철쭉제는 6월 9~12일로 예정돼 있다. 태백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33)553-5647

■연인산(경기 가평군 가평읍)

원래는 이름이 없는 산이었다. 일부 산행지도에는 우목봉이라 쓰여져 있기도 한데 이는 잘못 표기된 것이다.

1999년 가평군에서 정상 부근의 가시덤불을 걷어내고 등산로를 낸 뒤 산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기를 소망하면서 '연인'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군에서 관광을 위해 개발한 산답게 봄에는 철쭉제, 여름에는 청정제, 가을 단풍제, 겨울 눈 축제 등 철마다 축제를 개최한다. 올해 철쭉제는 20일께 열릴 예정.

철쭉은 정상 분지와 장수봉, 청풍봉 능선에 자생한다. 5월 초부터 6월 초까지 한 달간 볼 수 있다. 등산 코스는 용추구곡, 우정능선, 장수능선 등 세가지.

경기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용추구곡 코스가 단연 인기이다. 용추휴양소에서 출발, 물안골-청풍- 장수능선-정상에 이르는데 8.8㎞로 약 4시간 30분이 걸린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철쭉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발 아래를 잘 살피면 수줍게 피어있는 얼레지가 지천으로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의 가평군청 (031)582-0088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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