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일본 월드컵조직위원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결정이 나기 전 입장권 팸플릿 등을 인쇄했다가 판매가 연기되는 바람에 약 2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만나는 일본 기자들은 "왜 한국은 (준비를) 차질없이 잘 하는데 일본은 못하냐.일본의 행정력은 문제가 있다"며 조직위를 혹평하곤 했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은 반대이다. 언론도 그렇고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일본이 더 준비를 잘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런 상반된 견해를 접하며 두 나라의 장ㆍ 단점을 비교해 보게 된다.
우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한국의 행정력은 일본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세금문제 등의 현안이 있을 때마다 FIFA가 인정했을 정도였다. 또 월드컵 준비를 통해 '인터넷 강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린 것도 우리가 앞선 부분이다.
지난 2월 월드컵입장권 인터넷 신청이 FIFA와 ISL의 준비부족으로 난항을 겪었을 때 우리 기술로 해결을 했고, 신청자중 절반 정도인 50만명 이상이 인터넷으로 접수했다.일본의 경우 인터넷 접수는 5%에 불과했다.
일본기자들도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조직위의 역동성과 개방성에서도 한국이 일본보다 앞선다.
최근 한국 조직위를 취재한 미국의 한 방송사와 프랑스언론의 도쿄특파원은 조직위 홍보실에 이렇게 감사를 전했다. "일본 조직위는 출입문부터 엄격히 통제하는 데다 사무총장이나 조직위원장 인터뷰를 할 수 없어 폐쇄적이란 느낌을 받았지만 한국은 모든 면에서 개방적이고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일본에 비해 현저히 뒤지는 부분도 있다.
바로 축구시설의 인프라와 문화수준이다. 특히 축구문화 수준은 걱정될 정도이다. 일본의 입장권 신청열기는 우리에 비해 수십배 높았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입장권당첨자 중 대금을 납부한 사람은 60%에 불과해 월드컵때 경기장이 비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요즘 조직위는 정부로부터 홍보(붐 조성)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국민의 축구문화 수준의 문제이지 홍보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세계 최고의 경기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느냐의 여부는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어쩌면 두 나라 월드컵의 성패가 여기서 갈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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