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상상한다. 사람들에게 주목 받을 무언가 좀 특별한 일을 하고 싶다고. 그리고 꿈꾼다. 언젠가는 현란한 불꽃처럼 도시의 상공으로 솟아 오를 날이 올거라고.'그녀, 25살의 아마추어 소설가 겸 웨이트리스 니코에게는 우상이 있다. 여성에게 날개를 달아 주는 프랑스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그녀에게는 두 번째, 첫째는 단연 헨리 밀러다.
외설시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작가다. 가난과 방탕 속에 여든 아홉까지 살다 다섯명의 부인을 거느렸다는 이유 때문에, 그녀의 정신적 아버지로 자리잡고 있는 사람이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유수한 언론에서 '신세대 문학'이라는 뜨거운 찬사와 포르노에 불과하다는 격렬한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상하이 베이비'가 번역돼 나왔다.
중국의 여류 작가 저우웨이후이(周衛慧ㆍ28)가 1999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이다. 상하이 황푸(黃浦) 강변에 사는 매력적 아가씨의 일상을 그렸다(김희옥 옮김, 집영출판 발행).
그녀에게는 두 세계만이 의미가 있다. 술, 대마초, 섹스 등 관능의 세계는 자기 실존을 확인하는 내밀한 영역이다.
또 하나, 강변 호텔 노악사들이 느긋하게 연주하는 스탠더드 재즈, 열 사람의 동시 채팅 등은 그녀가 외부 세계와 공유하는 영역이다.
두 세계를 오가며, 그녀는 관능을 탐닉한다.
'나는 그와의 관계에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또 아무런 책임도 느끼지 않는다. 성욕은 어디까지나 성욕일 뿐이다.'중국에 파견 나온 독일 회사원 마크와 관계 후 니코가 되뇌는 말이다.
그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게 돼, 그의 자극적이고 시원한 섹스에 영원히 얽매이게 될까 두려웠던 것이다.
"사랑을 잘 지켜.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건 사랑이야. 사랑은 모든 걸 잊게 해. 사랑이 없다면 너 같은 녀석은 아마 얼마 살지도 못 할거야.
왜냐구? 생활에 대한 면역이 없기 때문이야." 니코가 남자 친구 티안에게 던지는 말은 급변하는 성풍속도를 관통하고 있는 이 시대 중국 젊은이들의 궁극적 지향점, 사랑과 생활의 공존을 의미한다.
그러나 티안은 그녀의 꿈을 이뤄줄 수 없다. 미남이지만 성불능자이고, 약물에 빠져 있다.
개방의 급류속에서 중국이 현재 안고 있는 고민을 반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중국이라는 보수적 환경을 이탈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발매 한달만에 6쇄를 기록하며 8만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지난해 5월, 그녀는 베이징시 언론출판국과 공식 여론 매체로부터 '퇴폐적이고 방탕한 서구 문물의 노예'로 낙인 찍혔다.
그러나 현재 중국 최고의 인기 작가인 저우의 책은 인터넷상에 올라, 무수한 독자들의 밤을 지켜주고 있다.
독자들은 특히 중국 문학이 전통적으로 죄악시해 왔던 부분, 여성의 자위와 동성애 대목에서 눈을 떼지 못 한다.
서구에서는 1960년대 겪은 문제들이지만, 지금 중국에서는 1970년대생 도시 여성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솔직히 진술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은 우리 시대 여성들이 성(性)을 어떻게 직시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지금 그녀는 책은 비디오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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