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두뇌의 해외유출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국내 대기업에서 외국으로 빠져나갈 핵심기술 인력이 금년에만 3,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또 금융 경영컨설팅 등 비(非) 기술직을 포함할 경우 미국으로만 취업하는 고급인력은 8,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여 '무형(無形)의 국부유출' 사태가 우려된다.
9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기업 핵심인력의 유출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헤드헌팅업체들은 주요 대기업에서 해외로 취업한 핵심기술분야 인력규모가 지난해 200~300명에서 올해엔 10배 이상 늘어난 최소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소는 또 미국이 외국고급두뇌 유치를 위해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를 지난해 11만5,000명에서 올해 19만5,000명으로 8만명이나 늘림에 따라 금년 중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받아 미국으로 취업할 한국인은 8,000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빠져나가는 고급두뇌들은 반도체 비메모리, 통신기기, 시스템 엔지니어링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연구경력 5~10년의 즉시 활용가능한 인력들로 이들의 집단이탈, 특히 해외유출이 가속화할 경우 국내 대기업들은 심각한 '기술 및 인재의 공동화'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IT연구의 산실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경우 지난해 총 연구인력(1,700여명)의 5분의 1에 가까운 300명 가량이 집단이직했으며 이중 일부는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기기업체인 A사의 경우 전 직급에 걸쳐 연구인력의 무더기 이탈사태가 빚어지면서 휴대폰 신제품 출시가 8개월이나 지연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정일 수석연구원은 "고급두뇌 유출은 지식과 기술의 유출, 나아가 기업의 사업중단 사태까지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체 인력확보에는 무려 4배 이상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며 "개방시대에 인력이동은 불가피한 추세이나 인재방어를 위한 급여 인사 등 파격적인 조직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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