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잇따라 터진 국제금융위기를 수습하며 모두 3,000억 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 자금을 집행한 스탠리 피셔(57)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가 8일 연내 사임 의사를 밝혔다.1994년 IMF에 수석 부총재 자리가 생기면서 취임한 그는 5년 임기를 채우고 연임하면서 ▦멕시코(1994~95년) ▦아시아(97~98년) ▦러시아(98년) ▦브라질(99년) 등의 금융위기마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제 금융위기마다 거액의 구제금융 차관협상을 이끌었고 특히 그는 구제금융 대상 국가의 복잡한 경제 개혁 계획의 성안을 주도했다.
그 때문에 미국 등 IMF 일부 회원국과 경제학자들이 "구제금융은 경솔한 투자가들과 부패한 국가의 정부를 돕는 일"이라거나 "구제금융 수혜국의 경제개혁 프로그램이 너무 가혹하다"고 지적할 때 비난의 화살은 모두 그에게로 향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재임 동안 IMF의 역할을 철저히 옹호했다. 사임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병자를 정상인과 똑같이 다루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상황론을 내세우며 IMF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프리카 중남부 잠비아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자가 된 그는 영국 런던 정경대(LSE)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하고 MIT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1988~90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로도 일했으며 IMF에는 제자인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의 권유로 발을 들여놓았다.
지난해 미셸 캉드쉬 전 IMF 총재 사임 후에는 잠시 총재 대행을 맡았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로 후임 총재 물망에도 올랐지만 IMF 총재는 유럽이,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이 맡는 전통에 따라 낙점 되지 못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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