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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권의 구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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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권의 구호들

입력
200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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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슬로건은 누가 뭐래도 개혁이다. 정권이 출범한 뒤 줄곧 개혁을 외쳐 왔으며, 개혁의 기치아래 많은 정책을 내놓았고 제도를 바꿨다. 그 '개혁'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민주당 최고위원 워크숍에서 김중권 대표는 "개혁이 장기화하면서 피로증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했고, 한화갑 최고위원은 "이제부터 개혁이라는 용어를 그만 쓰고 변화로 바꾸자"고 했으며, 박상천 최고위원은 "개혁세력과 보수세력의 지지를 함께 얻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말들의 행간에 함축된 의미를 정리하자면, 이젠 개혁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청와대가 나서는 바람에 하루만에 없던 일이 되고 말았지만, 이런 문제제기 자체는 새로운 흐름임에 틀림없다.

■정권은 출범할 때 새로운 구호를 내 세우는 속성이 있다. 예를 들어 5ㆍ16 군사정권이 내 세운 구호는 '재건'이었다.

이 때문에 국가재건 최고회의가 생겼고, 심지어 옷과 빵에도 재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재건은 얼마 안가 군사정권의 독재 연장을 위해 '유신'과 자리바꿈 했다.

10월 유신이 그것이다. 유신의 이름으로 긴급조치가 발동되고, 유신정우회(유정회)란 희한한 정치단체도 생겼다. 유신은 결국 부마사태와 10ㆍ26 사건으로 이어졌다.

■5공의 구호는 '정의사회 구현'이었다. 정치 군인들은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깡패들과 함께 기존의 정치인들을 싹쓸이 했다.

다음 6공의 구호는 '국민화합'이었다. 그 다음 정권인 문민의 정부의 경우, 구호는 아마도 '역사 바로 세우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지나간 정권들이 내세운 구호들을 살피면 공통적으로 숨겨진 그림 하나가 있다. 다름아닌 과거에 대한 부정이다.

국민의 정부가 내세운 구호에 그런 '숨겨진 그림'이 있는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3년간 지속돼 온 개혁은 사실 피로할 때가 되기는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개혁에 대해 별 감흥을 갖지 않는다. 민주당 워크숍에서 최고위원들은 아마도 이 얘기를 하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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