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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30代여성 美망명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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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30代여성 美망명 신청

입력
200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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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롭고 자유로운 미국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었습니다."1994년 북한을 탈출한 김순희(34ㆍ여)씨가 7년간 '고난의 행군' 끝에 마침내 미국 밀입국에 성공,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 사실이 9일 확인됐다. 김씨는 밀입국 방식으로 미국에 들어온 첫 북한 국적자이고 고위층을 제외한 일반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 망명을 요청한 탈북자다.

특히 북한은 물론 중국의 인권문제를 중요시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김씨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이제까지 북한 국적자에게 공개적으로 망명을 허용한 적이 없어 이 문제는 북미ㆍ미중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씨는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 옌볜(延邊)에 살다 지난해 11월 홍콩- 필리핀- 멕시코를 거쳐 지난달 6일 그리던 미국 땅을 밟기 위해 샌디에고 시내에서 동쪽으로 50마일 정도 떨어진 오타이메사 국경검문소를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연방이민국(INS)에 붙잡혔다.

이후 엘 센트로 구치소에 수감돼 왔던 김씨는 샌디에고 한인회 부이사장을 지낸 한청일(54) 씨 등 한인회 관계자와 미국 인권변호사들의 도움으로 8일 밤 8시30분 잠정 석방됐다.

김씨의 석방을 도와온 한씨에 따르면 김씨의 국적이 북한인 것을 발견한 미 인권단체 소속 변호사들에게서 연락을 받고 김씨 소식을 알게 됐으며 김씨의 미국 체류를 위해 일단 INS에 난민지위를 부여해 줄 것을 신청하고 정식으로 정치적 망명 허용도 청구했다.

한씨는 INS의 김씨에 대한 망명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씨가 추방되지 않도록 추방청문회가 열리는 법정에 출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며 최근 '신변보호를 책임진다'는 각서까지 쓴 다음 김씨의 석방허가를 받아냈다.

석방된 직후 김씨는 그 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진 듯 감격해 하면서도 이내 "중국에 남겨두고 온 아들을 데려와 미국에서 함께 살고 싶다"며 걱정에 사로잡혔다. 추방당하는 줄만 알았던 김씨는 망명 심사가 아직 실감나지 않은 듯 했다.

함경북도 무산이 고향인 김씨는 인민학교(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94년 당시 두 살난 아들을 데리고 압록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 6년 동안 중국 옌볜에서 숨어살며 생선장사와 뜨개질 등으로 모은 돈으로 위조 중국여권을 구입했다.

평소 주위의 조선족들에게서 미국에 관한 얘기를 전해 들었던 김씨는 지난해 11월 사흘동안 기차를 타고 홍콩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어 배편으로 필리핀으로 간 다음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시티에 도착했으며 그곳 한인의 도움으로 택시를 타고 미국 밀입국을 시도하게 됐다.

한씨 등 한인회 관계자들은 "김씨는 미국서 추방되면 아무데도 갈 곳이 없는 불쌍한 우리 동포"라며 "남가주 한인사회가 힘을 모아 인도적 차원에서 김씨의 미국 정착을 도울 결심"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탈북자가 중국과 제3국을 거쳐 일본에 밀입국해 망명을 요청하거나 위조여권을 이용해 한국에 들어와 탈북자 신고를 한 사례는 있지만, 김씨처럼 중국과 제3국을 거쳐 미국에 밀입국한 경우는 처음이다.

/샌디애고=하천식ㆍ최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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