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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버자이너 모놀로그' / 당당히 언급되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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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버자이너 모놀로그' / 당당히 언급되는 '여성'

입력
200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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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말을 하는 이유는 그 말이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젠가 그 말이 부끄럽지도 않고, 또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기를 바라기 때문에 입 밖에 내어 말하기로 했습니다."여성문화예술기획(대표 이혜경)의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마지막까지 가리워져 있던 어떤 꽃을 과감히 꽃이라 호명한다. 여성 10명의 생생한 경험담 덕에, 여성성이 철저히 육화한다.

성기는 불결하다고만 교육받고 대우받아 온 미국의 어느 중산층 중년여성의 음울한 독백이 시작이다.

첫 데이트 때 자기 신체의 자연스런 반응에 스스로 모욕감에 떨었던 빈민 여성의 추억은 여성의 신체가 얼마나 은밀히 통제돼 왔는지를 웅변한다.

사춘기 소녀의 당혹스런 첫 생리 경험담은 저주받은 존재로서의 여성을 이야기한다('나는 열 두 살, 엄마한테 맞았어요'). 그러나 아무것도 자연의 순리를 막지는 못 한다.

여성은 자신을 더 잘 알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자기를 사랑하는 법을 터득, 여성성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인다.

모노드라마 '로젤' 등에서 흡인력을 과시했던 김지숙이 인터뷰를 주고 받는 식으로 1인 11역을 펼친다. 여인의 솔직한 독백을 통해, 객석은 몇 가지 객관적 진실 또한 알게 된다.

전란이 휩쓴 보스니아 난민캠프의 강간, 아프리카의 음핵절제 관습 등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도처에서 수난받고 있는 여성 이야기이다.

"출산 이전의 질에 대한 나의 이해가 경이로운 무엇이었다면, 출산 이후에 태어난 아이를 본 이후 여성의 질에 대한 나의 경이는 숭배로 바뀌었습니다.

" 마지막 대목에서 이 연극은 출산을 계기로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 준다. 출산이란 '우리를 대신해 고통을 느끼고, 죽을 수도 있는' 경이로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실 당신이 내가 이 이야기를 털어놓는 첫 번째 사람이야. 그런데 기분이 훨씬 좋네.

고마워." 주인공이 객석에 던지는 말은 극 전체가 내밀한 고백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 연극은 여성 동생애의 노골적 찬미 등 우리 사회의 통념과 충돌해야 할 부분도 안고 있다.

이번 무대는 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 이혜경씨가 지난 2월 저작권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공연 가능하게 됐다.

1996년 뉴욕에서 초연된 이 작품에는 우피 골드버그, 브룩 쉴즈 등 스타급 연기자들이 출연, 오프 브로드웨이의 매진 사태 등 화제가 무성하다.

연출에 나선 이씨는 "왜곡된 성 정보가 갈수록 범람하는 지금의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성 문제는 더욱 이상한 방향으로 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문화예술기획은 1992년 '자기만의 방' 이후 6편의 여성주의 연극을 공연해 왔다.

이브 엔슬러 작, 김지숙 이경미 예지원 출연. 18일~6월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화ㆍ금 오후 3시 7시30분, 수ㆍ목 7시30분, 토 오후 3시 7시, 일 오후 3시(02)516-1501.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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