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무장관이 직업외교관 집단의 태도에 격노하면서 철권을 휘두르고 나서 일본 외무성이 뒤숭숭하다.다나카의 분노는 3월말 주 영국 대사관 공사로 전출된 고데라 지로(小寺次郞) 주 러시아대사관 과장의 인사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다나카는 취임직후 '북방 4도'교섭 등 대 러시아 정책에서 자신과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는 고데라 과장의 인사를 보류하고 러시아에 머무르게 하라고 가와시마 유타카(川島裕) 사무차관에게 지시했다.
그럼에도 7일 고데라 과장이 예정대로 영국으로 떠나자 감정이 폭발, 즉각 귀국을 명령했고 다음날 본부로 나온 그에게 러시아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이날 아침 기자회견에선 아예 노골적으로 관료들의 행태를 매도했다. 다나카는 "본부에서는 출세 경쟁하는 샐러리맨이고 재외 공관에 나가면 특권계급이 되는 게 일본 외교관"이라며 "심지어 외국 신문을 빠짐없이 갖추라고 지시했는데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5,000명이나 직원이 있는데도 이 모양"이라고 혀를 찬 뒤 관료들의 행태를 발본적으로 뜯어 고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외무성 관료들은 "취임연설 때 '여러분들이 나에게 공포감을 갖고 숨을 죽이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할 때부터 알아보았다"면서 '철권통치ㆍ공포정치'라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발령 원위치 ▦전면적 인사 동결 ▦미 국무부 아미티지 부장관과의 회담 일정 취소 등 상식을 뒤집는 '다나카식'조치를 모두 "존중한다"고 추인하고 있어 속앓이만 심해지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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