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활인은 페미니즘과 프랑스 연극을 화두로 '한국에서 만나는 프랑스 연극전'을 연다.여성 연출가들이 본 죽음을 주제로, 편당 3~6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3편의 부조리극을 준비했다. 이제까지 프랑스 연극은 대학 학내행사 등을 제외하고는 접하기 힘들었다.
이오네스코의 '왕은 죽어가다'가 첫 무대다. 삶의 주인이란 의미에서 누구나 '왕'인 보통 사람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죽음을 거부하다가 과거에 대한 후회와 어린 시절로의 회귀 등을 거쳐 결국 죽음을 수용하기까지의 모습이다. 서울여대 불문과 교수로 10년째 대학로 작업을 병행해 온 카티 라팽이 연출한다(4~19일).
두번째 작품인 메테를링크의 '펠레아스와 멜리산데'는 심리적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국내 초연된다. 숲에서 길을 잃은 골라 왕자는 소녀 멜리산데에 반해 결혼에 이른다.
그러나 그녀와 이복동생 레아스 사이에 사랑이 싹트자, 질투에 불타 모두 죽인다는 내용이다. 백은아 연출(25일~6월8일).
장 쥬네의 '하녀들'에서 죽음은 기괴하다. 자신을 죽이려는 하녀들의 음모를 훤히 관찰하고 있는 마담이 거꾸로 하녀들을 죽이기까지의 이야기다.
'펠레아스.'가 인간에 본원적으로 내재한 죽음에의 광기를 그렸다면, '하녀들'은 폐쇄된 공간에 갇힌 운명을 가진 인간의 몸부림을 보여 준다. 박정희 연출(6월14~29일).
여느 연극무대에서 들을 수 없었던 음악이 가세한다. '펠레아스.'는 드뷔시가 작곡한 같은 제목의 음악과 마드리갈 성가를 섞어 쓰고, '하녀들'은 프로그레시브와 비엔나소년합창단의 성가를 융합한다. 단순한 무대에서 최대한의 상상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장치다.
소극장 활인은 미아리 고개에 위치해 있다. 미아리 눈물 고개에서 따 온 눈물길과 거대한 종탑 등이 극장 내부에 위치, 내부 설비만으로도 독특한 감흥을 자아내는 곳이다.
이번 공연기간 중에는 작가 사진전과 친필전, 현대 프랑스 미술품 전시 등도 함께 펼쳐진다. 월~금 오후 7시30분, 토ㆍ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일 오후 5시.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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