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서는 한국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을 3.5%로 낮춰 잡았다. 아시아 국가 중 세계경제 하락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했다.또 올해 들어 한국의 외자유치 규모는 150억 달러 수준에서 80억 달러대로 급격히 줄고 있다. 그런데 외평채 가산 금리는 도리어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한국경제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를 해석해보자면 금융가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경제의 신용위험은 줄었으나, 사업가의 입장에서 볼 때 투자 매력도는 떨어지고 있고 성장 잠재력도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예측은 구조적으로 쉽게 설명된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줄고 외화보유고가 크게 늘었으니 자연 기업의 파산위험이나 국가의 외환위기발생위험은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산금리가 주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성장률 하향조정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경제성장이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 수출은 정보통신 반도체 즉, IT산업의 대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데 미국경제의 경착륙이 예상되는 현재 다른 묘안이 없는 한 성장률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미국경제 의존이 심화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할 만한 대안이 없다는 데에 있다.
지난주 정부가 밝힌 경제규제완화 방침은 이런 상황인식을 토대로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첫째, 부가가치가 높은 전통제조업 분야를 활성화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제조업은 내수기반이 크고 부가가치의 국내유보가 상대적으로 높아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
지난 몇 년동안 일본과 힘겨루기를 했던 주요제조업 분야가 엔화의 지속적 약세라는 여건변화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더 큰 문제는 이젠 제조업은 못해먹겠다는 국내 분위기이다.
부채비율 200%의 시한부 규제로 인해 자산 매각을 서둘러야 했고, BIS에 급급한 은행들은 회임기간이 긴 제조업에의 대출을 꺼려왔다.
지난 2년간 저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통화량(M2)을 무려 27%, 30% 늘려 왔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투자는 도리어 줄어드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정책에 대한 정부의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부채비율은 정부가 왈가왈부하지 말고 신용평가기관이나 채권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업종별 신용위험관리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또 금융기관감독에서도 BIS 일변도 정책보다는 금융기관의 자율모형을 중시하는 감독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는 수출 의존구조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소비와 투자위축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소비는 실업의 증가에 따른 사회불안에 의해, 투자는 기업의 투자여건 악화뿐 아니라 소비위축과 맞물려 줄고 있다.
불안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우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수익성 없는 사업에 몸담고 있는 인적자원을 보다 더 수익성 높은 사업에 재배치토록 뒷받침이 필요하다.
셋째는 기업의 몸체가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도록 시장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즉, 퇴출과 기업 인수ㆍ합병(M&A)시장을 활성화해야 하며 지주회사 설립을 자유화하여 기업집단들이 국제 표준에 맞추어 구조개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우선 퇴출 3개법을 조속히 통합하고 퇴출법원을 신설하여 퇴출과정이 신속하게, 그리고 전문가에 의해 운용되는 체제로 개편돼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출자총액제도는 원래의 취지에 맞게 운용되도록 하되 퇴출과 M&A시장의 활성화, 지주회사 설립의 자유화를 동시에 추구해 30대 기업집단의 신사업투자를 용이하게 해주어야 한다.
물론 기업들도 규모에 연연한 경영행태를 하루 빨리 벗어 던지고 수익성위주의 투명경영으로 승부 해야만 기업도 살고 경제도 살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선우석호·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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