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2002학년도 입시전까지 구체적인 평가 기준은 공개하지 않고 다른 대학 경시대회 수상 경력도 인정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해 일선 고교의 입시 혼란과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서울대 유영제(劉永濟) 입학처장은 8일 "학생부 교과성적 및 비교과영역 평가, 심층면접의 방식과 내용 등 '평가' 관련 사항은 6월말 입시요강 배포 때도 발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발표하더라도 세부내용 전체를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장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수시모집을 준비해야 하는 일선고교에서는 예년 같으면 이미 시작했어야 할 진학 상담 조차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S고 진학부장 김모(48) 교사는 "2개월이나 미뤄온 입시안에 정작 필요한 알멩이는 빠져 있다"며 "서울대의 9월 수시모집에서는 명확한 정보 없이 넘겨짚기식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학부모와 교사들은 수시모집 1단계 배점에서 50%를 차지하는 비교과영역 평가시 '객관적'인 상대평가가 가능한 부분이 경시대회 수상경력 뿐인 데도 다른 대학 경시대회 수상경력은 인정하지 않기로 해 수험생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학부모 최영선(崔英善·43·여)씨는 "경시대회 수상 경력이 없이는 응시 자체가 무의미한 것 아니냐"며 "경시대회를 준비하려면 학원에 보낼 수 밖에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학원가에서는 서울대가 "표면적인 발표와 달리 재수생의 응시기회를 박탈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대는 "족집게 과외 성행 등 고교 정상화에 역행할 우려가 있어 세부평가 항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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