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모집이요? 관심없어요..'2002학년도 1학기부터 도입되는 대입 수시모집이 시작부터 각 고교와 학생들로부터 '왕따'당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달 들어 일부 대학의 수시모집 원서교부가 시작됐지만 지원자가 아예 나타나지 않는 고교가 속출하고 상당수 교사들도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선발인원(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64개대 1만118명)도 적을 뿐 아니라, 교사와 수험생들이 불합격했을 경우의 후유증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서울 배재고 박상섭(朴相燮ㆍ51) 진학실장은 "극소수 지원자에게 (1학기)수시모집 추천서 등 지원서류를 작성해주고 면접ㆍ구술고사를 대비시키는 등 15~20일을 헤매다 보면 교사나 학생이나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우선 학생들이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기피경향은 지방고교일수록 더 심하다. 부산고 김치연(金致淵ㆍ54) 진학실장은 "지원자가 있으면 학교 차원에서 준비하겠지만 아직 지원자가 한명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남 순천고와 제주 오현고 등 상당수 지방명문고도 마찬가지. 순천고 서동철(徐東鐵ㆍ44) 교사는 "원서접수와 면접ㆍ구술고사 등을 위해 서울로 오가다 보면 수능공부를 20여일 중단해야 한다"며 "결국 서울 등 수도권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제도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방 명문 K고교에서 전교 10등 안에 든다는 김모(18)군은 "낙방했을 경우 수능공부 리듬감과 자신감을 잃고 좌절할 게 뻔한 데 왜 헛고생을 하느냐"면서 "곁눈질 하지 않고 정시모집을 목표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3 아들을 둔 학부모 서모(48ㆍ여ㆍ서울 송파구 문정동)씨는 "한창 수능준비를 하는 와중에 부산을 떨며 지원하는 게 무리라고 판단해 아들과 정시모집만 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1학기 수시모집 기피현상이 확산되자 교육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선고교 교사들은 "수험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수시모집의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효가 거의 없다"며 "특히 학생들은 수시모집을 준비하다 보면 공부의 맥이 끊기는 점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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