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헌병감 이 정(李 正) 준장이 지난 3일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을 찾아갔다. 부하와 상관의 만남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그러나 업무가 끝난 밤 9시30분, 그것도 집무실이 아닌 공관에서 이뤄진 만남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이 준장은 박노항(朴魯恒) 원사의 도피를 지원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국방부 합조단, 즉 헌병 병과의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이 준장은 대전 계룡대에서 길형보(吉亨寶) 육참총장에게 신고한 뒤 상경, 국방부 합조단을 찾아 "동요하지 말고 임무에 충실하라"고 격려했다.
여기까지는 지휘관이 부하의 사기를 북돋워주려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는 계룡대로 옮겨야할 발걸음을 장관 공관으로 향했다.
"장관의 일정이 너무 바빠 집무실에서 뵙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해명이지만 장관을 만날 수 없었다면 부대로 복귀했어야 했다.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계통과 절차를 중요시하는 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그는 공관까지 찾아가 김 장관을 만났다.
고등학교 선후배라는 개인적 인연도 작용했겠지만 이 준장이 김 장관을 꼭 만나려 한 다급함의 까닭과 꼭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는 "일부의 잘못으로 조직 전체의 사기가 떨어져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의 언급은 얼핏 군에 대한 충정으로 들릴 수 있으나 김 장관에게 더 이상 합조단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김 장관은 7일 이 준장의 공관 방문이 오해를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 계통을 벗어난 행동은 하지말 것을 지시했다.
외밭에서는 신발 끈도 고쳐매지 않는 군 인사들의 현명한 처신이 아쉬웠던 일이다.
황상진 사회부 기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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