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채의 건물들이 하나의 건물을 둘러싸 일조권을 침해했다면 둘러싼 건물측은 공동으로 피해 건물측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서울지법 민사합의16부(하광호ㆍ河光鎬 부장판사)는 7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동서울한양아파트 소유자 이모(37)씨 등 46명이 "두 개의 아파트가 인접해 둘러싸는 바람에 일조권 및 조망권을 침해당했다"며 시공사인 ㈜두산건설, 동아건설과 2개의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총 3억 9,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 각각으로는 일조권 침해 시간이 불법행위를 형성할 만큼 길지 않으나 피해 아파트 기준으로 두 아파트에 의한 일조권 침해 시간을 합쳤을 때는 불법행위를 형성할 만큼 충분히 길다"며 "피고들이 비슷한 시기에 건축을 하면서 피해 아파트에 대한 일조권 침해가 예상됐음에도 이를 서로 조정하지 않아 일조권 침해가 이루어지게 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최근 밀집해 건설되는 재개발 아파트 단지의 사정을 고려, 인근한 여러 채의 아파트 그림자 때문에 하루종일 햇빛이 가려 일조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입장을 폭넓게 반영해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이다.
이씨 등은 답십리 일대 재개발로 인해 피고들 아파트가 1998년, 99년 건설돼 오전에는 동아아파트, 오후에는 두산아파트에 의해 동지(冬至)일 기준으로 주간 4시간 이상의 일조권을 침해당하자 99년 소송을 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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