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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 코리아 / 행정기관 '재량권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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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 코리아 / 행정기관 '재량권 남용'

입력
2001.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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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제도운영을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재량권이 필수적이다. 진부한 법과 제도로는 복잡다기하고 변화무쌍한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고 탄력적인 대응을 곤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세부적인 사항을 경직적으로 규제할 경우 발전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와 같은 첨단부품의 경우 법규미비로 품목분류가 잘못됨으로써 수입시 무관세 혜택을 받지 못해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또한 섭씨 및 화씨 겸용온도계의 경우 간단한 스위치 조작으로 작동모드를 전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규상 화씨온도계 사용이 금지돼 유통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행정기관에 과도한 재량권을 주는 것도 만사는 아니다. 외국인 투자업체가 한국에서 영업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불만중의 하나는 법규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행정기관의 재량권이 남용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각종 법령에는 ‘적절한’ 혹은 ‘적당한’과 같은 모호한 표현이 많고, ‘기타 필요한 경우’와 같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문구가 많아 행정부의 빗나간 재량권이 구사될 수 있다.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방식에 대한 외국인의 불만은 우선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이 지나치게 경직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보수적인 관료사회의 분위기와 함께 관료임용이 고시제도에 의존하다보니 진보적인 교육을 받은 인재들의 공직진출이 어려운 점도 작용하고 있다.

둘째는 공무원들이 국내외 최근 사례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심층적인 평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술 진보, 새로운 경영기법의 출현 등으로 시장상황은 어느 때보다 급변하고 있으나 변화를 수용하고 대응하는 공직사회의 통찰력과 노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행정기관의 재량권이 과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폐해는 또 있다. 담당부처에 따라 상이한 법규해석과 이에 따른 행정의 일관성 손상, 담당공무원의 사후면책을 위한 관계기관 의견조회, 불필요한 자료제출 및 과도한 보완요구, 소극적인 업무처리 등이 그것이다.

외국인들이 호소한 고충사례에서도 이러한 양상이 확인된다. 지방공단에 소재한 한 외국인 업체는 공장의 증ㆍ개축과 관련해 담당기관별로 행정해석이 달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신발용 접착제를 생산하는 또 다른 업체는 생산품목인 고무풀이 소방법상의 어느 품목에 해당하는가를 놓고 기관마다 판정이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정부와 관련된 법률문제에 봉착할 경우 우선 변호사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상식과 관행이 통하지 않는다. 변호사도 재량권에 속하는 것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담당부처의 공무원을 접촉하도록 권유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후진적 관행의 타파와 투명성, 명확성, 신뢰성과 같은 글로벌스탠더드의 확립은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모호한 법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고 행정기관의 재량권 오용과 남용을 축소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김완순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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