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의 MBC 스튜디오. 전영정(22ㆍ한양대 무용과 4년) 안현진(21ㆍ상명대 불문과 3년)씨를 비롯한 4명의 대학생이 양희승 등 농구 스타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래와 개인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짝짓기 프로그램 '사랑의 스튜디오' 에 나온 이 여대생 4명은 연예인 못지 않는 연기와 노래 솜씨를 뽐낸다.
1일 오후 SBS '장미의 이름' 에 나온 대학생 함호진(20ㆍ외국어대 서반아어과 1년)씨는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능란하게 여자친구 이은정(21ㆍ동아방송대 광고홍보학과 1년)에게 화장을 해주고 의상 코디를 한다.
요즘 시청자가 주인공이 돼 이끌어가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장르도 다큐멘터리, 교양, 오락, 시트콤, 드라마 등 다양하다.
'인간극장'(KBS), '사랑은 아름다워'(MBC), '동물농장'(SBS) 등 방송 3사가 시청자를 참여 시키는 프로그램만 50여 개에 달한다.
시청자가 TV 안으로 들어갈 때 TV는 바보상자라는 혐의에서 어느 정도 자유스러워질 수 있다. 또한 시청자의 방송 참여는 주체적인 TV를 수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 동안 TV는 제작진의 일방적 성격이 강했고 시청자는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시청자 주권확보의 목소리가 커지고 연예인 지상주의에 빠진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일반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
또한 경제위기로 인한 방송사의 제작비 감축노력과 영상시대에 자란 젊은 층의 방송참여 욕구 증대도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급증의 큰 원인이다.
요즘 '기분 좋은 밤'(SBS) '사랑의 스튜디오' 등에 출연을 신청하는 사람은 월 평균 300명에 달할 정도로 일반인의 방송 출연 열기도 대단하다.
시청자 참여 행태는 '허니! 허니!(SBS) '부부 클리닉' (KBS)처럼 시청자가 제공한 소재를 방송하는 것이 있다.
또한 '사랑은 아름다워' (MBC) '별난 행운 인생 대역전' (SBS)처럼 프로그램 일부코너에 시청자가 참여하거나 초대손님으로 참여하는 형태도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시청자가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이 크게 늘었다. '인간극장'(KBS) '장미의 이름' (SBS) 등 시청자가 주인공이 돼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어 가는 프로그램만 20여 개에 이른다.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은 시청자의 주권 확대와 프로그램의 신선한 형식개발 등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가공되고 연출돼 인위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연예인 중심의 프로그램과 달리 일반 시청자가 출연하면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고 진솔한 일상을 감동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MBC 이민호 PD의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옹호론이다. 일반인이 주인공이 돼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칭찬합시다' (MBC), '휴먼TV 아름다운 세상'(SBS), '인간극장' 등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시청자를 프로그램 소도구처럼 활용하거나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는 경우, 비난의 대상이 된다.
방송비평가 김기태씨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 늘어났다고 시청자 주권이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의 선정성 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청자를 이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고 말한다.
최근 방송위원회에서 선정성 등을 이유로 주의나 경고를 내린 프로그램 중 20% 정도가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배국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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