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결국은 두 손을 들었다. 수돗물의 수질검사방법과 바이러스 검출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고 건 서울시장이 나서 학계가 주장해 온 조사방법을 수용하기로 최종 방침을 정해 수돗물 논쟁은 학계쪽의 우세승으로 기울고 있다.고 건 시장은 7일 정례 간부회의에서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과 관련한 조사방법을 서울시가 채택하고 있는 총세포배양법 외에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상종(金相鍾) 교수 등이 사용한 유전자검색조합법도 병행하는 방안을 조속히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고 시장은 "서울의 수돗물은 안전하다는 시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정수관리 등 안전점검과 검사결과에 대한 홍보도 철저하게 시행하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 주도로 실시되고 있는 주기적 수질검사에 바이러스 항목도 포함돼 있는 만큼 그 결과를 분명히 발표, 시민들의 불안감을 불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환경부와 학계, 시민단체 등과 함께 지난해 구성한 '수질조사공동위원회'의 수질검사시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키로 했다.
조사용역을 맡은 서울대와 강원대, 미국 환경보호청의 추천기관(미정) 등 3개 기관은 올해 안에 각각 세포배양법과 유전자검색조합법을 통한 수질검사를 실시해 공동조사위원회가 그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ㆍ환경단체들은 "학계의 조사방법을 통해 검출된 바이러스가 서울시의 공식조사에서도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수돗물의 진실'이 곧 가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전자 검색법
총세포배양법은 수돗물에서 미생물을 채집해 동물 세포에 접종시킨 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해당 세포에 배양된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조사방법.
반면 유전자검색조합법은 미생물을 세포에 접종시켜 배양된 바이러스의 유전자 검색을 통해 병원성 여부를 가리는 것으로 조사방법상의 다소 차이가 있다.
또 총세포배양법은 인체에 유해한 바이러스를 가려내지만 유전자검색조합법은 인체에 해가 없는 음성 바이러스까지 검출될 확률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서울대 김상종교수
7일 서울시가 '백기'를 들었다는 소식을 접한 서울대 김상종(金相鍾) 교수는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관료조직의 경직성과 무책임이 서글프다"며 4년동안의 '외로운 싸움'을 회상했다.
김 교수는 "며칠전 한 라디오 생방송 토론에서도 서울시의 주무관리가 '내 방법에 문제가 있어 못 믿겠다'고 얘기했었다"며 "갑자기 시장이 나서 태도를 바꾼 것은 언론의 추적과 여론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마실 물에 대한 기본적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해 온 국민에 대한 연민으로 버텨왔고 이제는 보람을 느낀다"고 감회를 밝혔다.
김 교수는 그러나 경계의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시의 입장 전환은 새로운 시작에 불과합니다. 계속 감시해야죠. 현재로선 수돗물에 있는 모든 종류의 바이러스를 일일이 밝혀낼 방법이 없는 만큼 새로운 검출ㆍ분석방법 개발에도 매진할 생각입니다."
김 교수는 '수돗물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우선적으로 정수단계별 바이러스 제거율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서울시가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정권부터 지금까지 물관리에 30조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붓고도 아직도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나온다는 것은 전반적인 물정책 실패를 의미하는 것 아닙니까." 김 교수는 이제는 범정부ㆍ범지자체 차원에서 물관리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