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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명 아들과 딸이 달아준 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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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명 아들과 딸이 달아준 카네이션

입력
2001.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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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 어머.니, 사당.합니.다."서울 송파구 오금동 '소망의집' 원장 박현숙(朴賢淑ㆍ40)씨와 남편 황인수(黃人壽ㆍ43)씨 부부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뇌성마비, 자폐증, 정신지체 등 중증장애를 가진 22명의 장애아와 5명의 비장애 고아 등 27명의 아들과 딸이 작은 손을 모아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준 것.

자폐 1급으로 3년전 여기에 맡겨졌다 최근에야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혜리(9)양이 박씨의 카네이션을 만지작거리며 윙크를 하자 박씨는 "그래, 엄마도 혜리를 사랑해"라며 감격의 눈물을 글썽였다. "나를 엄마로 믿고 살갑게 대하는 아이들이 유일한 삶의 희망입니다."

1986년 다니던 교회 목사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의 유일한 결혼조건은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친자식처럼 키우자'는 것. 박씨 부부는 이후 양말ㆍ신발ㆍ배추 행상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덕분에 1990년 송파구 거여동 25평 전세방에 첫 보금자리인 '소망의 집'을 세울 수 있었다. "첫딸로 맞은 지영(20ㆍ정신지체1급)이가 벌써 시집갈 나이가 되다니 세월 참 빠르군요."

의처증이 있는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어머니가 수차례 집을 나가는 등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박씨가 아이들에게 베푸는 사랑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침마다 '밤새 엄마가 나가버리지 않았을까'라는 걱정 속에 눈을 떠야했던 끔찍한 고통은 저 하나로 족합니다."

지난 10년간 새벽 4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박씨 부부는 그나마 두시간 이상 연이어 눈을 붙여본 적이 없다. 하루 세끼 3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밥을 떠먹이고 밤마다 수시로 깨 소리치는 아이를 달래는 등 모든 뒤치닥거리를 보육사 1명과 함께 도맡아야 하기 때문.

집 근처에서 작은 공구가게를 운영하는 황씨는 "못난 부모 만나 아이들이 제대로 보살핌을 못 받는 것 같아 오히려 안쓰럽기만 합니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빨간 카네이션을 단 박씨 부부의 흐뭇함은 잠시. 얼마전 갑자기 검붉은 피를 토해 병원에 데려간 뇌성마비 장애아 범진(25)군에게 "가망이 없다"는 절망적 판정이 내려졌고 뇌수종으로 한쪽 다리를 저는 소망(3)양의 뇌수술 비용이 걱정이기 때문.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박씨마저 지난해 말 고질병인 신장병이 도져 이들 부부의 걱정은 태산같다.

박씨가 눈물을 보이자 "어.마, 우.지마"라며 안기는 준희(19ㆍ정신지체)양을 꼭 껴안은 박씨는 "지난달 27번째 아들로 들어온 세휘(1)군이 장가갈 때 까진 어떤 일이 있어도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줄 겁니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내년엔 아이들이 직접 쓴 편지를 어버이날 선물로 받고 싶다면 지나친 욕심일까요."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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