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었던 '안방시장(내수시장)'이 점차 따뜻해지고 있다. 워낙 냉기가 심했던 탓에 느껴지는 온도(체감경기)는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그러나 데워지는 곳은 아직 '아랫목' 뿐. 온기가 '윗목'까지는 가지 않은 상태다. 아랫목이 달궈지면 어차피 윗목까지도 따뜻해지기 마련이지만 넘어야 할 문지방이 너무 높아 아직은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다.
■ 자동차
현대자동차는 4월 국내시장에서 6만3,368대를 판매, 3월(6만1,644대)보다 2.8%의 증가세를 보이며 연중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기아자동차도 지난달 3만4,163대(전월대비 6% 증가)를 팔아 올들어 최대판매고를 올렸다. 대우차 역시 전달보다 2% 늘어난 2만1,169대의 국내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내용은 대형차는 날개돋친 듯 팔리고, 중소형차는 매기(買氣)가 뚝 떨어지는 철저한 '양극화' 양상. 현대차의 경우 그랜저XG는 14.1%, 에쿠스는 12.1% 판매가 늘어났지만 아토스는 22.8%, 아반떼는 7.4% 매출이 줄었다.
■ 가전
자동차와 함께 대표적 내구소비품목인 가전도 4월이후 매출신장세가 두드러진다. LG전자의 경우 지난달 에어컨판매가 115%나 폭증한 것을 비롯, 냉장고(40%) 프로젝션TV(200%)의 호조로 전년동기대비 40%이상의 매출증가를 기록했다. 1~2월 5%, 3월 25% 등 판매회복속도도 매우 빠른 상태다.
삼성전자도 휴대폰과 컴퓨터 등 정보기술(IT)제품을 포함, 내수판매가 전달보다 20%이상 늘었다. IT경기부진으로 컴퓨터 등의 매출은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냉장고와 에어컨쪽에선 50%이상 증가했다는 것이 삼성측 설명이다.
하지만 가전에서도 양극화는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TV의 경우 첨단고가제품인 프로젝션TV, 에어컨ㆍ냉장고도 대형제품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백화점
설 특수에도 불구, 1~2월 -0.6%까지 떨어졌던 롯데 현대 신세계 등 3대 백화점의 매출은 3월 4.9% 증가(산업자원부 집계)로 돌아선데 이어 4월 바겐세일에 일평균 매출이 16~22%나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남성복과 선글라스 모자 구두 등 여름상품이 호조를 보였다"고 말했다. 아직 정상궤도는 아니지만 연초에 비하면 회복세는 분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양극화는 수입품 시장에서도 확연해 4월 전체수입이 18.9% 감소했음에도 불구, ▲ 승용차 53.6% ▲ 가전제품 20.7% ▲ 의류 30.5% 등 고가 소비재수입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윗목으로도 번질까 LG경제연구원 오정훈 연구원은 "고소득층 소비증가는 일정시차를 두고 중산ㆍ저소득층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고소득층 소비증가→생산증가→고용증가→저소득층 구매력상승→소비확산의 선순환이 이어지려면 대내외적 불안요인이 먼저 제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아랫목'에 머물러있는 내수회복기운이 '윗목'으로 확산되느냐 여부는 미국ㆍ일본경기안정과 국내 시장불안요인(현대문제)제거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노향란기자
ranh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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